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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베트남 붐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양국을 오가는 교류인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민간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 각급 기관들의 진출이 눈부시다. 청년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너나없이 베트남을 노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고 베트남 전문가인 박연관 외대 교수는 "기본부터 챙겨보라"고 조언한다. 현지에 진출이 첫 걸음인 베트남어 배우기를 등한시 한다는 우려다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학과 박연관 교수는 7일 "과거와 비교해 현재의 베트남은 '상전벽해'(桑田碧海)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 협력은 상상 이상으로 발전했고, 인적 교류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수교를 맺은 뒤 20여년이 흘렀고,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1992년 한국은 베트남과 수교를 맺었고, 1996년 11월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당시 외교부에서 근무하던 박 교수는 김 대통령 국빈 방문에서 통역을 담당했고, 1998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통역을 수행했다.
2000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베트남 전문가로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베트남 방문 행사에서 자문 등을, 2007년 호주 아셈(ASEM) 정상회의 한-베 정상회의,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베트남 국회의장 면담에서 통역을 맡고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2001년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은 한국과 베트남은 2009년 '전략적 협력관계'로 격상됐으며, 수교 당시 5억달러 수준이었던 교역규모는 지난해 600억달러로 대폭 늘어났다.
올해 1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내놓은 '대아세안 수출 기회와 유망품목'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1012개 기업이 꼽은 '수출 잠재력이 가장 큰 국가'로 인도네시아(16.9%), 태국(5%), 싱가포르(4.7%) 등을 제치고 베트남(64%)이 1위를 차지했다. 투자 진출을 희망하는 국가 역시 베트남(60.4%)이 1위에 올랐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6000여곳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는 지난 6월 '베트남은 신남방 지역으로 우리기업이 활발하게 투자하는 곳으로 일자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이버한국외대 연구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박 교수는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은 240만명, 한국을 찾은 베트남인은 38만명이었다. 올해는 10월 기준 260만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을, 베트남인 44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미 작년 통계를 넘어선 것이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수출의 18~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2011~2017년 5~6%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베트남은 올해 6.8%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은 현지 진출을, 청년층은 취업·창업에, 중장년층은 제2인생설계로 베트남을 염두에 둘 수 있는데 언어 교육, 문화 및 역사 이해 등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언어다. 베트남어는 음절의 소리 높낮이가 6개로, 발음에 따라 단어 뜻이 달라진다.
박 교수는 "6개 성조인 베트남어는 발음, 듣기가 어렵다. 다만 동남아 국가 중 베트남은 유일하게 한자 문화권이다. 한자 어원을 가지고 있어 비슷한 발음이 있고, 알파벳을 통해 성조를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사 300개·형용사 200개를 외우면 자기표현을 할 수 있고, 명사 500개를 외우면 기초적인 부분을 익히게 된다. 베트남은 변화형이 없어 어휘를 많이 알면 도움이 되며, 성조는 베트남인과 연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으로 제2인생설계 등을 추진한다면 사회 성향 등도 인지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국내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도움을 받는데 수월하다는 조언이다.
박 교수는 "베트남인은 외세 침입에 대해 단합해왔다. 역사를 봤을 때 외국과 전쟁에서 모두 이겼다. 베트남인은 성공지향적이며 영리하고, 전략을 잘 세우고, 체구도 단단하다. 인식력이 뛰어나기에 이러한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베트남은 당이 국가와 사회를 영위한다고 헌법에 명시, 대통령보다 당서기가 서열이 높다. 공산당 1당 체제로, 현대사 특징 등을 잘 파악해야 한다. 법치주의를 지향하고 있지만, 규정이 미비한 부분이 있다. 이에 변화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연한 계획보다 베트남에서의 구체적인 활동 분야를 잘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베트남에서 이방인이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내에 체류 중인 베트남인과 교류는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된다. 국내에 체류 중인 베트남인에게 도움을 준다면, 현지에서 좋은 이를 소개받는 등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