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시장 1위 여전히 풀무원이지만 시장점유율 감소세… CJ, 전략 바꿔 HMR·가공두부 우위
  • ▲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 두부 코너. ⓒ뉴데일리
    ▲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 두부 코너. ⓒ뉴데일리

    '두부 시장 1위' 풀무원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선 국내 포장두부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시장 2위인 CJ제일제당의 성장세가 무서운데다, 가정간편식(HMR)  트렌드가 자리잡으며 사실상 HMR 시장에서 강세를 가진 CJ제일제당의 역전이 이뤄진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풀무원의 국내 포장두부 시장 점유율은 46%로 감소했다. 풀무원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지정 이후 국내 대기업의 지나친 판촉행사 자제에 따라 풀무원식품의 시장 점유율이 소폭 감소했다"며 "HMR시장 및 외식산업의 발달로 가정내 직접 조리, 취식 빈도가 감소해 소재두부 시장은 장기적으로 소폭감소 및 정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포장두부 시장은 2012년부터 수년째 4000억원대 규모에서 멈춰섰다. 2011년 가공두부 시장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포장두부가 힘을 잃었고 HMR 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 17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구 대형마트 2곳의 두부코너에서는 모두 풀무원의 판촉행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한 마트에서는 풀무원 판매 직원이 "증정품을 더 드릴테니 지금 들여가셔라", "증정품 하나 남았는데 가져가세요"라며 2개들이 두부 제품에 증정품 두부 제품 1개를 더 얹어주기도 했다.

    또 다른 마트에서는 풀무원 제품이 전방배치 돼있었고, 시식 코너도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CJ제일제당, 종가집 등 타 업체들의 할인행사, 증정품 증정 등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으로, 두부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이 견고하게 시장에서 1위를 지켜내고 있었지만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고 시장 규모조차 줄어들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론 다른 업체들도 활발한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풀무원 입장에서는 더 간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 두부 코너. ⓒ뉴데일리
    ▲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 두부 코너. ⓒ뉴데일리
    앞서 2008년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은 포장두부 시장의 1,2위 싸움을 치열하게 벌였다. 당시 풀무원의 시장 점유율은 60%를 바라보는 상황이었다. CJ제일제당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진입 수년만에 20%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30%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풀무원의 시장 점유율은 떨어져 2010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두부를 포함하면서 두부 시장은 성장 동력을 잃었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 이진국 연구위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포장두부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포장두부와 비포장두부를 포괄하는 두부제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다가 적합업종 지정 후인 2012년에 들어서 매출액 상승세가 둔화됐고 2013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포장두부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던 CJ제일제당은 빠르게 태세전환을 하게 된다. 풀무원에 앞서 국내 최초의 원형 두부인 ‘동그란 두부’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6개월이 지나 풀무원이 '두부봉'을 출시했다.

    가공두부 시장에서는 포장두부 시장의 2위인 CJ제일제당이 앞서는 듯 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제 두부 시장의 순위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1인 가구,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인해 가정에서 취식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국, 찌개, 부침 등 전통적인 요리 소재 형태의 소비가 줄어들어 두부 시장의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 비만, 고혈압, 당뇨 등 대사증후군 예방과 육류를 대체하는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두부를 소재로 한 일품 요리, 반찬, 간식 형태의 취식이 늘어나 전체적인 두부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빠르고 간편한 조리를 위해 두부와 소스를 결합한 편의성 제품이 늘어나고 있으며, 두부에 다양한 맛을 가미한 충진두부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풀무원 역시 소포장 다회용 두부, 간식용 두부 제품, 두부 HMR 제품 등을 출시해 시장 변화 대응에 나섰다. 풀무원 측은 "풀무원식품은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를 활용한 콩가공 제품 출시를 통해 전체 두부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으며, 두부를 30% 넣은 간식용 소시지 제품을 출시해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익숙한 취식 형태의 음식을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가공두부 신제품 출시를 통해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가공두부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할인점 PL(Private Label) 제품 및 수입 콩 원료를 사용한 제품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두부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네 슈퍼인 일반소매점이 CVS 형태의 편의점으로 변경되고, 신규 점포의 증대로 CVS 채널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채널 내 제품의 맛과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는 CJ제일제당이 더이상 두부 시장에서 풀무원과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은 시장점유율과 마케팅 등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한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HMR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사실상 두부 시장에서 풀무원을 이기고 1위가 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각종 규제와 경쟁에 묶인 국내 두부 시장의 한계에 부딪혀 해외로 눈을 돌린 상황이다. 최근 풀무원은 미국 두부시장 1위 기업 ‘비타소이(Vitasoy)’의 사업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풀무원은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직접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 최고 두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이에 앞서 풀무원식품은 글로벌 두부사업확장의 일환으로 2014년 5월 일본 최고의 두부제조기술력을 보유한 일본두부 시장점유율 4위의 아사히식품공업을 인수했고, 중국의 경우는 심양 현지에서 OEM 두부생산을 시작해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중국 두부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효율 풀무원식품 대표는 “풀무원은 이제 글로벌 4대 두부 빅마켓에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기반을 갖추게 됐다”라며 “이러한 경영기반은 향후 풀무원의 ‘바른먹거리’를 전 지구촌에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