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신동빈 경영복귀, 정의선·구광모·최정우 시대 열려지배구조 개편과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도 활발
  • ▲ 왼쪽부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각 사
    ▲ 왼쪽부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각 사

    2018년, 재계는 어두운 밤을 밝히기 위해 불씨를 살리려는 한 해로 정리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과 북핵 이슈 등에만 집중한 탓에 한국경제는 암울해졌다. 힘든 경영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기업들은 총수들의 경영복귀와 교체가 잇따랐다.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대기업 수장들의 거취 변화가 많았다. 자의든 타의든, 좋은 이유에서든 나쁜 이유에서든 새로운 시대를 이끌 리더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영복귀가 눈에 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구속된지 1년여만이다. 이후 이 회장은 3월말 해외출장에 나서는 등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했다.

    신동빈 회장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올해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구속된지 약 8개월만이다. 신 회장도 밀려있던 경영현안을 챙기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롯데를 점검하는 등 굳건한 원리더를 재확인했다.

    이로 인해 삼성과 롯데는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차질에서 벗어나게 됐다. 경영복귀가 이뤄지면서 두 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중장기 비전도 발표했다. 삼성은 2020년까지 국내 130조원 포함해 총 180조원 투자와 직접 채용 4만명 계획을 내놨다. 롯데는 5년간 50조 투자와 7만명 고용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올해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임명됐다. 기존 현대차 부회장에서 그룹 경영 전반을 공식적으로 총괄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고령의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셈이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이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의선 체제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판매 부진이 심했던 중국 내 경영진이 대폭 교체됐고, R&D 부문에서도 대규모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구광모 LG 회장도 올해 6월 아버지인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로 갑자기 총수 반열에 올랐다. LG전자 상무에서 그룹 회장으로 퀀텀 점프하면서 LG그룹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구 회장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주)LG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면서 새로운 변화 의지를 내비쳤다. 외국계 컨설팅 베인&컴퍼니 출신의 홍범식 전 대표를 (주)LG 사장으로 영입하고,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낸 김형남 부사장에게 자동차부품사업을 맡겼다. LG화학 부회장에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임명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총수는 아니지만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포스코그룹을 이끄는 CEO로서 올해 재계에 이름을 알렸다. 권오준 전 회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돌연 사퇴하면서 이번에도 포스코는 외풍 논란에 휩싸였다. 최 회장은 여러 잡음속에서도 기존 김만제 회장을 제외하고 내부인사 중 처음으로 非엔지니어 출신의 회장으로 올해 7월 공식 취임했다. 취임 100일을 맞아 100대 개혁과제를 제시하는 등 내년부터 본격적인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도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 시작으로 현대모비스의 AS와 모듈 사업부문을 분리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 했지만, 엘리엇 등의 반대에 부딪혀 5월 무산된 바 있다.

    반면 효성그룹은 지주사와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지주사 전환을 올해 사실상 마무리했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18일 (주)효성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이 기존 14.59%에서 21.94%로 확대됐다. 아버진인 조석래 명예회장은 9.43%, 동생인 조현상 총괄사장은 21.42%를 확보해 오너일가 지분율은 52.79%로 견고해졌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들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주식을 50분의 1로 액면분할했고, 2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현대차는 277만주, 약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오너 3·4세들의 재혼도 잇따랐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지난 10월 이다희 전 아나운서와 재혼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대한상의 회장)의 아들 박서원 두산그룹 전무는 조수애 JTBC 아나운서와 이달에 재혼했다.  특히, 이선호 부장과 박서원 전무는 아나운서와 재혼했다는 공통점을 갖게 됐다.

    올해는 부정적인 이슈도 적잖이 발생했다.

    갑질 논란이 대표적인데,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폭언을 비롯해 물컵을 던졌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큰 곤욕을 치렀다. 이로 인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전체에 불똥이 튀었다.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으로 고객 불편을 초래했고, 두산그룹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SK, CJ, 한화 등은 특별한 악재 없이 무난한 한 해를 보냈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 창출과 딥 체인지 등을 설파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CJ도 PGA 골프대회를 2회째 주최하면서 전 세계에 브랜드를 알렸고, 10주년을 맞은 MAMA도 성황리에 끝냈다. 한화는 태양광과 방산 사업 역량 강화에 잰걸음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