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벌써 진통 파벌… 새학기 계획 난항
  • ▲ 지난 3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본관 앞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가 대학 측에 시간강사 해고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3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본관 앞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가 대학 측에 시간강사 해고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이 올해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새학기를 앞둔 대학가는 재정 부담에 난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 규정은 지출이 많아지는데, 현재 학교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강사법 매뉴얼' '예산 배분 계획' 등을 기다리고 있지만, 몇몇 대학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을 맞았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강사법 시행에 따라 배정된 예산은 288억원으로 사립대에 217억원, 국립대는 71억원이 투입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따라 방학 중 임금, 퇴직금 지급 등으로 대학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679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정부 예산안은 이보다 절반 이하 수준이지만, 8월부터 강사법이 적용되면서 내년부터 연 단위로 예산이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올해 예산 배분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아 새학기 준비에 나선 대학들은 난처한 상황이다. 전국 일반대·전문대에 강사 처우개선 예산이 동일하게 배분될 경우 각 대학에 7천만~1억원이 배정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학교별 강사 인원, 강좌 등 운영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배분 계획 발표가 없어 대학들은 새학기 운영에 다소 어려움을 표시하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강사법 매뉴얼 등이 발표된다면, 강사법 적용에 따른 향후 강좌 배정 계획 등 학기 운영안 마련이 속도를 낼 듯하다. 현재 여러 부분을 논의하고 있지만, 확정된 부분은 없어 다소 시간이 소요될 거 같다"고 말했다.

    B전문대의 한 교수는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에 대해 교육부의 예산 배분 계획 등을 대학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긴장감 섞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학기 운영 계획을 마련 중인 대학들은 강사 처우 개선에 나서더라도 재정 부담을 호소, 강사단체 등은 강좌 줄이기·시간강사 강의 미배정 등을 우려했다.

    이 가운데 구조조정에 돌입한 대학의 운영 계획에 시간강사들이 반발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영남대 시간강사들은 지난 1일 천만농성을 벌이는 등 대학 측이 강의를 배정하지 않아 상당수 강사가 해고된 것에 강경 대응을, 부산대 시간강사 노조는 학교 간 단체교섭이 난항을 거듭하자 지난달 18일부터 17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대구대에서는 시간강사 임금 교섭이 난항을 겪으면서 향후 파업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한양대, 연세대, 동아대, 고려대 등은 시간강사 구조조정을 검토하거나 추진하면서 강사법 시행을 놓고 우려섞인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방학 중 임금 지급 등으로 인해 재정 부담을 최소하하는 방향으로 시간강사를 줄이고 사이버강좌, 대형강좌를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반발이 뒤따라 대학 입장에서 난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에 따른 운영 방안 등 매뉴얼을 바라보고 있지만, 교육부의 지침 마련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법 매뉴얼 등을 마련하는데 있어 (관련 부서가) 많이 바쁜 상황이다"고 전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강사법 시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한다. 늦어도 2월까지 각 대학은 개강 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강사법으로 인해 늦출 수 없는 노릇이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강사법 매뉴얼과 예산 배분 계획이 어떻게 나올지, 언제 공개될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