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격한 반응 "기업 때려잡게 될 것"재계 "경영개입 우려"
  • ▲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대기업에 대한 견제장치로 국민연금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대기업에 대한 견제장치로 국민연금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 뉴시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앞두고 정부와 국민연금이 첫 발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대기업에 대한 견제장치로 국민연금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반면에 같은날 오전 국민연금 수탁자위원회는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에 대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동시에 주무부처인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이 부당하게 사기업에 개입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 文 "대주주 탈법,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서 "앞으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처음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침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조했으나 적극적 행사를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금껏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경영 개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것과는 정반대되는 입장이기도 하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도 "국민연금이 부당하게 사기업에 개입하는 일을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간기업에 쓸데없는 간섭이 되지 않고 민간기업이 도덕성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역시 "국민연금은 어떤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느정도 세웠다"며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을 강조해왔다. 


    ◇ 대기업 탈법 경고에… 긴장하는 재계 

    특히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올해 들어 재계와 접촉면을 넓히며 친기업 행보를 보인 것과는 정반대되는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많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경영개입 수단으로 변질될 경우, 기업들이 경영활동이 국민연금에 의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날 만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 주주권 도입이 경영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손경식 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은 한진가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에 관련해 "다른 기업으로 확대될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무엇보다 (주주권 행사에 대한)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고 했다. 

    "일시적으로 일어난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인지,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을 얼마나 해오고 있느냐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 국민연금, 한진家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반대'

    국민연금이 당장 적극적인 주주권행사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 주주권' 발언이 나온 날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를 열고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했는데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왔다. 

    이날 회의서 위원들은 격론 끝에 이사 해임, 사외이사 추천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는 하지 않기로 결론냈다. 대신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에 한해 반대표를 던지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한항공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에 찬성 2명, 반대 7명으로, 한진칼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에 관해서는 찬성 4명, 반대 5명을 기록했다. 

    수탁자전문위에서는 국민연금이 '표 대결'에 적극 나서 조 회장을 억지로 끌어내리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원 간의 합의가 나오지 않아 다수와 소수 의견을 기금운용위원회에 그대로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임기는 오는 3월 만료된다. 한진칼 이사 임기는 1년가량 남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