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정책 첨병 역할 ‘톡톡’… 반년 사이 1조 투자최 회장 행보로 엿보는 동남아 투자 방향 ‘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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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동남아시아에 꽂혔다. 모빌리티와 식음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현지 투자를 위해 1조원을 배팅하며, 신남방정책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동남아에 5억 달러를 출자한 데 이어 최근 5억 달러(약 550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지주사인 SK㈜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등 5개 계열사가 각각 1억 달러씩 출자한다. 반년 만에 1조원을 넘는 금액을 동남아에 투자한 것.신남방정책은 현 정부가 지난 2017년 11월 공식발표한 우리나라의 핵심 경제정책이다.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아세안 국가와 협력관계를 높여 우리나라와의 수출입 규모를 미국·중국·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신남방정책 발표 이후 SK그룹이 동남아에 첫 투자한 사례는 모빌리티 분야다. 지난해 상반기 동남아 1위 카셰어링 업체인 ‘그랩’에 투자했다. 당시 그랩은 총 20억 달러 규모의 펀딩을 실시했고, SK는 그랩의 대주주인 중국 디디추싱과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지분투자에 나섰다.이후 SK텔레콤은 지난달 그랩과 내비게이션 관련 사업을 위한 조인트 벤처인 ‘그랩지오홀딩스’를 설립하기로 협의했다. 이 벤처는 올해 1분기 중 싱가포르에서 사용할 수 있는 T맵 기반 운전자용 내비게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그랩을 시작으로 SK는 동남아 진출을 본격화했다. 특히 지난해 8월 ‘SK동남아투자회사’를 설립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동남아투자회사의 첫 투자처는 베트남 시가총액 7위 기업인 마산그룹이다. SK는 지난해 9월 해당 기업의 주식 1억990만주(전체 지분의 약 10%)를 4억7000만 달러(약 5300억원)에 매입했다. 마산그룹의 주요 사업분야는 식음료다.이번에 추가 투자된 5억 달러는 ICT 분야에 쓰일 것으로 관측된다. SK의 투자 방향은 최태원 회장의 행보에서 엿볼 수 있다.그는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관련 분야의 CEO 등과 대담한 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는 한다. 그랩 펀딩 투자에 앞서서도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앤서니 탄 대표를 만나 O2O 서비스 플랫폼에 관한 미래 비전을 공유한 바 있다.최 회장은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ICT 관련 분야의 글로벌 기업 대표 등과 만나 사회적 가치로 대표되는 경영철학을 공유하는 한편, 신성장동력 모색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또한 지난해 조직개편도 해당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게 한다. SK하이닉스의 전성기를 이끈 박성욱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ICT위원장으로 선임됐다.SK 관계자는 “SK E&S는 지난주 SK동남아투자회사 주식 1억주를 1억 달러에 매입했다”며 “하이닉스와 텔레콤, 이노베이션도 조만간 동남아투자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출자금의 구체적인 투자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