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32억→작년 4조3천억'… 도시바 등 해외기업 40여곳 투자로보틱스, 사물인터넷, 신소재, 반도체 관련 기술 업체 등 다양성 눈길
  •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장기투자자산 규모를 전년 대비 100배 늘렸다. 지난 2017년 말 기준으로 400억 원대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의 장기투자자산은 지난해 말 4조3000억 원대 규모로 역대급을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효과가 주효했던 동시에 두둑한 현금을 기반으로 벤처캐피탈과 펀드에 투자한 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한 몫 했다.

    5일 SK하이닉스 201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장기투자자산 규모는 장부가액 기준으로 4조 3255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장기투자자산 목록에는 SK하이닉스가 투자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의 지분이나 전환사채 혹은 벤처투자 출자증서 등 40곳의 평가가치가 포함된다.

    전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장기투자자산 규모는 100배 넘게 커진 수치다. 지난 2017년 SK하이닉스의 장기투자자산 규모는 432억 원 규모로 투자처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20곳 가량이었다. 투자처별로 봐도 평가가치가 100억 원을 넘는 곳은 '반도체 성장펀드'가 유일했고 투자규모가 10억 원대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지난해 100배가 넘는 자산 성장이 이뤄질 수 있었던 데는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해왔던 일본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영향이 컸다. 미국의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참여해 지난해 6월 인수 절차를 끝낸 SK하이닉스는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두 곳에만 총 4조 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부었다. 전환사채 형식으로 투자한 지분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 15%를 확보하게 된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제외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벤처나 해외 유망 기업, 펀드를 통한 장기투자자산은 역대 최고치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등의 지역에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새로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현지 투자를 위한 출자가 대거 일어났다. 더불어 현지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기 위해 중국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출자도 다양하게 진행됐다.

    앞서 2017년에도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진행됐지만 올해 출자된 건은 그 규모부터 남달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규모 금액이 투자된 건은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로보틱스 스타트업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로 SK하이닉스가 560억 원을 투입해 지분 2.69%를 취득했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제외하고 SK하이닉스가 로보틱스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사물인터넷(IoT)이나 신소재, 반도체 관련 기술업체까지 다양한 기업들에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금 단위가 30억 원 이상으로 훌쩍 커진 것도 특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20조 원을 넘기는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앞서 2017년에도 영업이익 13조 원을 기록하며 현금이 두둑히 쌓인 덕에 미래 반도체 시장을 준비하기 위한 각가지 투자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신규 생산 공장에 집중하고 외부에서는 도시바메모리 인수전 참여와 같은 대형 인수·합병(M&A)과 글로벌 벤처투자와 합작사업 등을 확대하며 미래 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