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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변경 약물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을 침해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비상이 걸린 국내 제약업계가 개량신약 개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업계 차원에서 개량신약 관련 입법과 정책 개선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전략도 제기됐다.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12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량신약과 특허도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염변경 개량신약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짚어보고 국내 제약업계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토론회는 이명수 위원장이 주관했으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하 제약협회)와 제약특허연구회가 주최했다.
대법원 민사1부는 지난 1월 일본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국내 제약사 코아팜바이오를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염 변경 약물이 특허권을 침해한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염은 약효를 내는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성분을 의미한다.
이번 판결에 따라 국내 제약사가 염을 변경해 물질특허를 회피함으로써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해오던 전략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또한 계류 중인 동일 쟁점의 사건 약 170건이 영향을 받게 된다.
가장 가까운 시기에 영향을 받을 사건은 한국화이자제약의 금연치료제 '챔픽스' 건이다. 정여순 법률사무소 그루 변호사는 "재판부는 챔픽스 사건에 대한 결론을 매우 신중하게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변호사는 "국내 제약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다행히 이익 균형을 위해서 국내 제약사, 후발 주자를 위한 탈출구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법원의 판결 요지가 ▲특정한 유효성분, 치료효과 및 용도가 동일한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 ▲염만이 다른 경우, 침해제품의 염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지(염 선택의 용이성 요건)와 치료효과나 용도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치료효과 등의 실질적 동일 요건) 등이라고 봤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의 메시지는 사건별로 다를 수 있는 사실 관계를 확정할 때, 두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가 취할 수 있는 대응전략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특허 소송 전략을 재점검하고, 이미 발매된 제품의 판매 중단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개발 단계의 제품이 있는 경우에는 특허 존속기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미래 사업성은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따진 후 개발 지속 여부를 경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염 변경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요건 증명 자료를 준비·확보해야 한다. 특허 출원 전략도 기존에 비해 어떤 발명적 가치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 세워야 한다.
특히 그는 국내산업정책 관점에서 입법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을 요구했다. 제약업계 차원에서 개량신약 관련 입법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뭉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완전한 입법적 해결이 될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 국내 제약사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입법 체계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희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변호사도 "특허 존속기간 연장 제도의 권리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다면, 특허 도전과 개량신약 개발활성화에 있어 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국내 제약시장은 제네릭 중심에서 신약으로 나아가는 과도기"라며 "제네릭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개량신약, 신약 중심의 선진시장 구조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제약시장의 규모는 19조원으로, 1000조원대에 달하는 세계 의약품 시장의 1.9%에 불과하다. 이 중 내수 비중에 90%에 달하기 때문에 수출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 개량신약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의견이다. 그는 "개량신약 개발은 국내 제약업계의 자본규모와 기술수준에 적합하다"고 봤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는 제네릭, 개량신약, 신약 등이 있다. 신약의 경우 발매되기까지 최장 20년의 개발기간이 필요하며, 개발비도 약 5억~15억 달러 정도 소요된다. 개량신약의 경우 개발 기간이 3~6년 정도 들고, 개발비도 200만~300만 달러로 비교적 부담이 적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개량신약의 강자'로 많이 알려져 있다. 올해 31년째를 맞는 국내 토종 회사로, 해외 42개국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엄승인 제약협회 상무도 "개량신약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중견 제약사들의 중요한 활로"라며 "제약협회에서는 제네릭의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개량신약 활성화를 통한 수출 장려를 고려했었다"고 거들었다.
엄 상무는 "솔리페나신 대법원 판결이 모든 염 변경 의약품에 대한 것으로 확대 해석된다면, 국내 제약사들의 향후 특허 도전의 의지를 꺾게 될 것"이라며 "개량신약이 갖는 의미는 오리지널약의 독과점 행태를 깰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건강 안보 차원에서 대체재를 활성화하고, 제약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해당 판결에 대해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염 변경 관련 대법원 판결 이후 제약업계에서 상당히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향후 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제약협회는 제약업계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 후 업계 공동으로 개량신약 정책에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