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SoC 제조업체 '넷스피드 시스템즈' 투자 우선주 전량 매각인텔, 칩 양산 수율 향상 위해 전격 인수… SK 새로운 투자 및 M&A 가능성
  • SK하이닉스가 성장 잠재력이 큰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을 위해 투자했던 칩 제조업체 지분을 2년 여만에 처분했다. 업계 최강자 '인텔(Intel)'이 이 업체를 통째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한 비메모리 사업 육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유일하게 투자하고 있던 시스템온칩(Soc) 제조사와의 관계가 정리되며 SK하이닉스의 갈 길은 더욱 바빠졌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SoC 제조업체 '넷스피드 시스템즈(NetSpeed Systems)'에 투자하고 있던 우선주 지분 6.07% 를 전량 매각했다. 지난 2016년 31억 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해 장기투자자산으로 보유한지 2년 여만에 처분하게 됐다.

    통상 넷스피드 시스템즈와 같이 장기투자자산으로 분류해 보유하는 지분은 말 그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협력이나 인수합병(M&A) 등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개념으로 1~2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이 드물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넷스피드 시스템즈 지분을 매각한데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강자인 인텔이 개입하게 되면서다. 인텔은 지난해 9월 칩 양산 수율을 높이기 위해 SoC 설계와 디자인을 지원하는 넷스피드 시스템즈를 전격 인수했다. 인텔이 넷스피드 시스템즈를 인수한 가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넷스피드 시스템즈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던 SK하이닉스와 같은 투자사들이 인수주체인 인텔 측에 지분을 넘기는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넷스피드 시스템즈 우선주 지분 6.07%를 53억 원에 넘기며 투자금 회수는 물론이고 20억 원에 가까운 차익도 실현했다. 지분을 넘기기 전 넷스피드 시스템즈의 지분가치는 5억 원대 수준까지 떨어져있어 투자 회수 측면으로 보면 성공적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초 SK하이닉스가 향후 비메모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넷스피드 시스템즈에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분 처분이 좋은 의미로 해석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나 넷스피드 시스템즈가 그간 SoC 관련한 유일한 지분 투자였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과라는 평도 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전체 매출 중 단 1%를 채울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하다. 글로벌 시장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함께 요동친다는 점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은 국내 반도체업계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지 오래다.

    이번에 넷스피드 시스템즈 투자를 회수하게 되면서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투자 대안처를 찾아나설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으로 실탄이 쌓이면서 미래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벤처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 대부분의 비메모리 반도체업체들과 관련 인력들이 몰려있고 대만이나 중국 등도 국내보단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앞서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투자나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