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소득공제·증권거래세 리더십 논란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9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홍 부총리는 취임 당시 경제 회복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걸었다. 

    여전히 고용시장은 살얼음판인 데다 수출 감소와 투자 위축 등으로 경제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를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제 원톱'으로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 성과 안보이는 '소주성'… 길잃은 일자리 정책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임 때 우리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당시 한국경제의 경기 하강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대한 비판여론도 들끓었다. 

    당시 홍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그 효과는 내년(2019년) 하반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소주성의 갈길은 여전히 멀다. 

    2년 연속 최저임금을 10%대로 인상하는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였으나 오히려 저소득층의 소득은 감소하고 분배 격차는 더 커졌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1분위(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1년 전 같은기간보다 17.7% 감소했다. 반면에 5분위(상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10.4% 증가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증가치를 보였다. 

    일자리 상황도 악화일로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과정이 지지부진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일자리 정책은 계속 겉도는 모양새다. 

    2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전년동기대비 26만3천명이 증가해 작년 1월 이후 1년 1개월만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자리 증가를 두고 고용시장 해빙기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공공일자리 사업을 대폭 확대해 60대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인 고용이 증가한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 노동시장의 주축인 30, 40대 제조업 취업자수는 매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 현장行 잦았으나… 달라지는 것 없었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환경도 도와주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와 미중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라 수출은 지난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수출을 견인했던 반도체 시장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올해 수출 감소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외에도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건설투자 경기 하강, 소비 위축도 우리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삼은 2.6~2.7%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홍 부총리는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현장과 소통 강화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기존의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경제활력대책회의로 전환, 현황을 직접 챙겼다. 매주 경제 현장을 찾아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점검했다. 

    이러한 행보는 정부의 대책 발표로 이어졌다. 공유경제활성화 방안, 규제샌드박스 등이다. 하지만 해당 정책은 과거 각 부처서 발표했던 내용을 재정리한 내용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홍남기표 정책'이라 할만한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근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번복한 것을 두고는 정부여당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납세자의 날 축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정치권의 반발이 쏟아지자 12일 기재부는 "일몰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에는 일몰 시점을 2022년으로 합의했다. 

    또 증권거래세 인하문제도 있다. 기재부는 1월까지만 해도 2022년 주식양도소득세 전면 도입 이후에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증권거래세 인하를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하자, 홍 부총리는 "인하는 검토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홍남기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 원톱이 맞느냐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윤태식 대변인은 "홍 부총리는 비공개인 경제현안조율회의, 녹실간담회 등을 통해 당정청, 당정 간의 주요 경제 정책과정에서 경제 원톱으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책조율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비공개라 외부에 다 말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