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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 계열사 웅진에너지가 중국발(發)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태양광 기업 웅진에너지는 태양전지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회사지만, 최근 중국 측의 저가 물량 공세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매출 1600억원, 영업손실 5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절반으로 깎였고,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 27일 한영회계법인은 웅진에너지 감사보고서에 '거절' 의견을 제출했다. 급격한 적자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기업 존속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웅진에너지는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며, 상장폐지 대상으로 올라있다.
감사의견 거절은 채권단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다. EOD는 채무자의 신용 상황이 우려될 때 채권단이 차입금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경우 웅진이 채권단에 갚아야 할 금액은 약 750억원 규모로 추산되지만, 현금 자산이 부족해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모기업 ㈜웅진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 지분 약 22%를 재인수하며 조달한 인수자금 상환이 시급해서다.
웅진은 인수를 위해 약 2조원의 자금을 외부 조달했으며, 올해 말까지 단기차입금 2000억원을 상환하는 게 목표다. 금융투자업계는 그룹 차원의 지원책 부재로 웅진에너지가 결국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그룹에서 웅진에너지에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으며, 더 이상의 추가 도움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는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와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현재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EOD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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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웅진그룹은 코웨이 자금 마련책 중 하나로 웅진에너지 매각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실적 부진과 재무건전성 악화로 매각 작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는 국내외 태양광 시장의 불황으로 적절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웅진은 계열사 북센과 웅진플레이도시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가능성이 높은 두 회사를 먼저 팔아, 확보 자금을 코웨이 인수 자금 상환과 추가 지분 매입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북센은 출판물 유통을 담당하는 출판 물류회사다. 웅진은 북센 매각을 위해 지난 달 말 DB금융투자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으며, 업계는 예상 매각가를 최대 1500억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웅진플레이도시는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워터파크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인접해있어 해당 부지의 부동산 가치만 약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다만 수년간 지속된 영업적자 등으로 부채가 2000억원에 달해 본격적인 매각 작업 착수 후에야 정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웅진에너지 지원책이 없는데다 국내외 태양광 시장이 얼어붙어 기업 소생은 물론, 매각조차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무엇보다 인수자금 상환이 급한 그룹 입장에서는 북센, 플레이도시 등 당장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계열사를 매각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