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SK, 구체적 인수 절차 밟고 있다”… 인수의향·금액 타진워커힐·텔레콤, 사업연계 효과… 신관광상품·마일리지 혜택
  •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조양호 한진 회장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조양호 한진 회장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
    SK그룹이 매각으로 가닥이 잡히는 아시아나항공을 품을지 이목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관광과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SK가 얻을 시너지 효과가 많아 구체적인 인수절차를 밟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매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호산업은 오늘 오전 이사회를 소집해 매각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 희망기업이 줄을 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국적항공사를 보유할 경우 그룹 위상과 함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자는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약 3847억원)과 경영권 프리미엄, 연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1조2700억원 등도 매입해야 한다”며 “인수기업은 대규모 자금력을 갖춘 곳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인수후보로 떠오른 기업 중 가장 자금력이 풍부한 SK를 최우선 후보자로 꼽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인수후보자로 거론돼왔다”며 “자금여력이 충분하고 그룹내 계열사와 시너지가 큰 만큼 아시아나 등에 구체적 인수금액과 의향을 타진했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SK가 상정한 인수금액은 2조원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하이닉스 인수에 3조원, 지난해 ADT캡스에 3조원을 투입한 SK 입장에서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액수다.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얻을 시너지는 크게 두가지다. SK네트웍스의 ‘관광’ 사업과 SK텔레콤의 ‘통신사 혜택’이다. 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호텔과 항공사가 손잡을 경우 나타날 시너지는 극명하다. 국내 여행객에게 호텔 할인을 제공하거나, ‘숙박+항공’을 연계한 신규 관광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T멤버십’과 해외로밍 등을 접목할 수 있다. 현재 텔레콤 멤버십 가입자는 티웨이항공 예약시 국내선 5000원, 국제선 1만원 할인쿠폰을 받는다.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티웨이에만 적용됐던 항공권 할인혜택이 아시아나에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말을 아끼는 입장이다. 단, 시장은 SK가 나서기를 바라는 눈치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12일 고(故) 조양호 한진 회장의 빈소에서 인수설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긍정이나 부정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9.3% 오른 5600원에 마감됐다. 그만큼 시장의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다.

    SK 관계자는 “아직 매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현재 SK와 함께 한화, CJ, 애경 등이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한화는 지난해 한화테크윈과 한화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에 160억원을 투자했다가 사업면허가 반려돼 철수한 적이 있다. 아시아나가 매물로 나올 경우 충분지 재도전할 수 있다.

    물류사업을 확장 중인 CJ그룹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LCC에서 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