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담당 회계사가 콜옵션이 중요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 있어중요 정보로 판단했다면 자료 제출 적극 요구하거나 감사의견 변경했어야
  •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데일리 DB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데일리 DB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관련 업무를 맡았던 회계사들이 콜옵션 계약의 온전한 내용을 뒤늦게 인지했다는 진술에 대해 학계에서는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해당 내용이 중요 정보라고 판단했다면 수차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자료를 받지 못했다면 한정·의견거절 등의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검찰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연루된 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와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 과정에서의 콜옵션 약정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이들은 2015년 회계 문제가 불거지기 전 바이오젠 보고서에 콜옵션 내용을 확인하고 삼바 측에 합작 계약서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바이오젠과 자회사인 에피스를 합작해 설립하면서, 바이오젠에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부여했다.

    콜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일정 가격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다. 기업가치가 오르면 그 만큼이 회계상 부채로 책정된다.

    삼바는 2015년 3월 공시를 통해 에피스의 콜옵션 사실에 대해 알렸다. 에피스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고, 단독지배에서 공동지배로 전환하게 될 상황이었기 때문에 회계처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2015년 에피스가 ▲엔브렐, 레미케이드 국내 판매 승인 ▲레미케이드, 휴미라, 란투스의 임상 3상 완료 등의 성과를 내면서 기업 주식가치가 기존 3000억원에서 4조 8000억원으로 급등했다.

    이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2014년과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에피스 지배력이 상실되고 공동 지배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삼정회계법인 등 3대 회계법인을 통해 회계전문가의 검토를 거친 결과 도출됐다.

    또한, 삼바는 이전에 해당 내용을 공시에서 누락한 이유에 대해 2014년까지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았고, 이해관계자들이 미국 바이오젠과 에피스가 합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지금까지 삼바와 회계사들은 합작 계약서를 봤기 때문에 콜옵션의 계약 내용을 인지했으나, 2015년 이전에는 회계장부에 반영할 필요가 없다고 진술해왔다.

    이 같은 소식에 학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다. 담당 회계사가 당시 콜옵션 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기업 측에 자료를 수차례 요구해 받아내거나 자료를 받지 못했을 경우에는 한정의견·의견거절 등으로 바꿨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한 회계학계 교수는 "감사에는 항상 중요성이라는 기준이 있다"며 "콜옵션으로 인해서 재무제표를 보는 사람의 의사결정을 바꾸느냐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회계사가 자료를 달라고 해서 무조건 다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회계사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한다면 여러번 달라고 요청을 해서 받아내야 하는 것이고, 받지 못했다면 한정이나 부적정, 의견거절로 의견을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회계사들이 에피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판단을 했어야 했다"며 "에피스가 굉장히 중요한 회사이고 이 회사에 관한 계약서가 삼바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면 (해당 계약서를) 받았어야 한다"고 봤다.

    다만 그는 "2015년 당시에는 재평가하기 전이기 때문에 에피스가 얼마나 중요한 회사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당시 회계사들이 에피스 관련 정보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다른 교수도 "담당 회계사들이 당시에는 콜옵션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며 "이전 회계법인도 전문가니까 그 판단에 대해 존중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고 보탰다.

    즉, 콜옵션 공시를 올리기 이전까지 담당 회계사들이 해당 정보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자료 제출 요구를 소극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회계법인이 기업의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됐다면 적정의견을 준다. 만약 적정의견을 줄 수 없을 경우에는 중요성에 따라 한정이나 부적정 등으로 의견을 바꿀 수 있다. 의견 형성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료를 제시받지 못한 경우에는 의견거절을 낸다.

    어떤 경우이든 현재로서는 삼바나 회계법인 양측의 잘잘못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교수는 "회계사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기업이 안 줬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 정도의 정보를 갖고 누가 잘못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이번 회계사들의 진술 번복으로 인해 향후 삼바 재판의 향방이 바뀐다고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법학계의 한 교수는 "검찰은 그렇게 주장하지만 당사자 입장은 다를 수 있다"며 "이번 일만 가지고 재판 방향에 대해단정하긴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한편, 검찰은 삼바 고의 분식회계 의혹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25일 증거위조와 증거인멸,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에피스 상무 A씨와 부장 B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증선위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이후 회사 관계자의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 삼바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