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 76명 인력 빼가 핵심기술 다량 유출 됐다"글로벌 인재유치 경쟁 과열… 억대 연봉 제시하며 스카우트전"국내 업체 간 분쟁, 中-日 배터리 업체만 이득 본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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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자동차 배터리를 두고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을 기점으로 LG화학 전지사업본부 핵심 인력 76명을 빼가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됐다는 게 주요 요지다. LG화학은 2차전지를 구성하는 물질인 양극재, 분리막 등 주요 소재부터 공정기술, 영업비밀까지 광범위한 부분에서 침해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배터리 관련 특허건수만 1만6685건에 달하는 LG화학 입장에서는 인재유출은 곧 기술유출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LG화학이 내부단속과 함께 국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불공정 인재유치 경쟁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엄중하고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LG화학은 2차전지에 공들인 기간만 27년에 달하는 만큼 노하우와 기술력이 독보적이다. 실제 LG화학은 1992년부터 2차전지 관련 연구개발을 검토해 1995년 본격적인 독자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1998년 국내 최초 상업화 및 대량생산체제 구축 성공 △2000년 미국 연구법인 설립 ▲2004년 SRS®(안전성강화분리막) 기술 독자개발 △2009년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자동차인 GM의 쉐보레 볼트용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 선정 등 업계 선두주자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국내를 비롯해 순수 전기차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유럽 3개 지역에 자동차전지 생산거점을 구축한 전세계 유일한 업체로 15년 이상 축적한 양산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배터리 업계에서는 LG화학을 손쉽게 고급인력을 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아왔다. 단기간 내 성과과 필요한 국내외 업체들에게는 LG화학의 인재 확보가 곧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 업체들의 경우 억대 연봉을 무기로 국내 인력 스카우트에 혈안이 돼 있을 정도였다. 실제 LG화학의 과장급 연봉에 많게는 2배 수준인 1억~1억5000만원까지 제시할 정도다. 

    여기에 글로벌 배터리시장이 중국이 주도하는 원통형에서 LG화학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파우치형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도 인력유출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파우치형 배터리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이지만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도 높아 최근 들어 채용 업체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LG화학과 동일한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빼가기는 지난 2~3년전부터 공공연하게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더 치열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업체들이 제시한 높은 연봉과 근무여건 등이 이직을 고려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들간 분쟁이 해외로 확대된 점을 우려한다. 결국 국내 업체들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배터리 사업의 경우 아직 시장이 초기 형성단계에 있는 데다 중국, 일본 등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에 발목만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 간 분쟁이 해외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이미지나 사업에서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 업체들에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