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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호텔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가운데 올 들어 국내 호텔 오픈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심화된 경쟁 속에 이미 '객실 포화'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관광호텔 수는 440개에 이른다. 2017년 말 400개에 미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지난해 한 해동안 40여개의 호텔이 새로 문을 연 것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는 서울 시내 관광호텔 수가 200개에 못 미쳤었다. 5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 후 이어진 국내 호텔 오픈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가속도가 붙었다.
당시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규제 완화에 힘입어 서울 지역 비즈니스 호텔은 크게 늘어났다.
특별법 시행 전인 2011년 14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 호텔이 450여개로 확장되는데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015년에만 55개 호텔이 문을 열었고, 2016, 2017년에도 50개가 넘는 호텔이 오픈했다.
하지만 호텔 공급 속도가 너무 빨라 지면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협회에 따르면 내년까지 호텔 수 증가는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때문인지 올 들어 호텔 브랜드들이 국내 신규 호텔 오픈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국내 호텔 체인인 롯데호텔은 올해 신규 호텔 오픈 예정된 곳이 없다. 오히려 객실 수를 줄이고, 기존 호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등 심화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세우기에 나선 분위기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이그제큐티브 타워의 객실수를 373실에서 278실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코트야드, 페어필드 등 자사 브랜드 호텔 신규 오픈을 공격적으로 이어왔던 메리어트는 JW메리어트 서울을 리뉴얼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신규 호텔 오픈을 앞두고 있는 호텔들의 부담감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라호텔이 삼성동에 자사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를 오픈할 예정이고, 아코르 그룹도 신규 럭셔리 브랜드 런칭을 준비중이다. 신세계조선호텔 역시 레스케이프 호텔 오픈 당시 국내 호텔사업장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국내 호텔 시장이 규모를 키우고 객실 수를 늘리는데만 집중해왔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공급 과잉 속 경쟁 심화에 대응할 전략을 구축, 호텔 운영 안정화를 위한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폭발적으로 국내 호텔이 증가해온만큼 올해는 '숨고르기'의 한 해를 보낸 후, 양적인 면보다는 질적인 면으로 승부하는 호텔 시장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며 "특히 올해 말, 내년부터는 신규 브랜드 오픈이라고 할지라도 조금 더 럭셔리 급이라거나, 기존 비즈니스 호텔들과 어떤 부분으로든 더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