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보류 5년 만에 시한 재설정 … 2030년까지 공사 중단면세업 부진 직격탄 … 상반기 영업익 84% 급감·적자 전환K팝·콘텐츠 관광객 늘지만 재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호텔신라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호텔신라
    호텔신라가 수년째 보류 중인 한국전통호텔 투자 일정을 다시 재정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보류 상태였던 사업이 5년 만에 2030년까지 보류, 2032년 종료라는 조건부 시한으로 재설정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공사가 최소 2030년까지 중단되는 만큼 장기 표류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달 29일 한국전통호텔 부대시설 투자기간을 2020년 3월 1일부터 2032년 12월 31일까지로 정정공시했다. 보류기간은 2020년 10월부터 2030년 12월까지다.

    기존에 미정으로 남겨뒀던 일정을 다시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회사 측은 "손익 개선 시점 및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전통호텔 사업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장충동 신라호텔 정문과 신라면세점 부지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한옥호텔을 짓는 것이 골자다. 객실은 43개로 계획됐다.

    이 사장은 2010년 취임 직후부터 신라호텔의 정체성을 강화할 차별화 카드로 한국전통호텔 사업을 직접 추진해왔다. 글로벌 VIP 고객을 겨냥해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럭셔리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부진의 작품으로 평가해왔다.

    2019년 건축 허가를 받고 2020년 착공에 들어갔으나 부지에서 유구(건물 자취)가 발견돼 문화재 조사가 진행됐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2021년에는 보류기간을 미정으로 바꾸며 사실상 전면 중단을 공식화했다. 이후 사업은 장기간 표류 상태에 빠졌다.

    이번 정정공시는 무기한 보류 상태였던 사업에 조건부 시한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류기간이 2030년까지로 설정된 만큼 업계에서는 20년 가까이 표류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평가가 여전하다.
  • ▲ ⓒ호텔신라
    ▲ ⓒ호텔신라
    투자 재개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실적 부진이다.

    호텔신라는 면세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매출 3조947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52억원을 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99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2억원에 그쳐 84% 급감했다. 당기순손실도 7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외부 환경은 개선 기미가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케이팝 공연과 게임·콘텐츠  지적재산권(IP) 확산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고 중국 단체관광객 회복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6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88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04.6% 늘어난 수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번 공시에 대해 "2021년 투자기간을 미정으로 공시한 이후 시간이 지나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2032년으로 확정했을 뿐 변동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사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한국전통호텔 사업은 장기간 멈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호텔신라의 브랜드를 끌어올릴 카드가 될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실적 개선 없이는 재개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2032년이라는 종료 시점을 제시하긴 했지만 이는 실제 투자 재개와는 별개로 일정을 형식적으로 정리한 성격이 강하다"며 "보류기간이 2030년까지인 만큼 실질적으로 공사가 다시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