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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 현지법인 신용공여 제한 위반과 관련해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중징계는 면했지만 증권사들이 해외법인 신용공여에 대한 자본시장법은 여전히 외형성장을 막고 있다는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일 증권선물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의 계열사 신용공여 제한 위반 건 등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을 의결했다.
증선위는 한국투자증권이 2016년 계열사인 베트남 현지법인(KIS Vietnam Securities Corporation)에 399억원을 1년간 대여해 초대형 IB의 계열사 신용공여를 제한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과징금 38억5800만원 부과를 의결했다.
다만 "대표이사가 주된 행위자로서 신용공여 위반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가중조치는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액수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당초 TRS 부당 대출, 장외파생상품의 중개·주선 거래내역 누락 등과 엮여 기관경고, 임직원 주의~감봉 조치 결정에 비해서는 상당부분 완화된 처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시장법에 따른 본사의 해외법인 성장지원에 대한 논란과 아쉬움은 남는다.
증권사들이 동남아를 비롯해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법률의 충돌로 자회사 격인 현지 해외법인의 몸집을 키우기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77조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투자금융업자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해외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한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는 해외 자회사에 대출을 할 수 없다.
해외법인을 늘리고 있는 대다수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가 3조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본사 차원의 직접적인 지원은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베트남 법인과 마찬가지로 NH투자증권 역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 신용공여를 한 사실로 제재 대상에 올라 당국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법인 NH코린도증권이 현지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당시 지급보증을 섰다.
증권사의 해외계열사 신용공여 금지의 취지는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해외법인에 대한 대출규제를 풀 경우 대주주의 필요에 따라 자금을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현재는 증권사들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확보됐다는 판단이 우세하고, 특히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을 통한 금융영토 확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현재 법률은 해외법인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해외법인을 키우기 위한 수단은 증자나 현지 금융기관의 대출밖에 없다.
다만 증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현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가 높아 부담이 커진다.
결국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 본사 지원인데 이 방법이 규제에 막혀 필요한 자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업계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규제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해외법인 신용공여 허용을 증권사 균형발전을 위한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제도 개선을 위한 당국과 국회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해외진출을 장려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당국의 스탠스는 제재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각 증권사들은 해외법인들을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에 법인을 둔 국내 증권사는 총 13개사로 이들의 해외법인 수는 47개사에 달한다.
국내 14개 증권사들이 운영 중인 해외점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55.7% 증가한 1억2280만달러(약 1351억원)로 집계됐다.
증권사 해외법인의 당기순익은 2016년 450만달러에서 2017년 4800만달러 등 해마다 대폭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규모 확충을 통한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투자은행(IB)사업 활성화로 수익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개 대형사를 중심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에 활발히 진출하며 유상증자 및 현지법인 인수 등을 통해 해외 영업규모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제재를 받는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의 경우 현지 기업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업무를 맡는 종합증권사로 발전하고 있다.
KIS 베트남은 지난해 38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100여개 증권사가 난립한 현지에서 자기자본 기준 8위 증권사로 올라섰다.
주식중개영업과 자기자본투자(PI)는 물론 IPO, M&A 등 투자금융(IB) 비즈니스를 추진하며 최근 한국 기업의 베트남 사업 확대 추세에도 발을 맞추고 있다.
법인영업 강화와 리서치 역량 확충은 물론 장외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