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최태원·신동빈, 그랩 대표와 면담… 협업으로 이어져SK텔레콤-그랩, T맵 관련 조인트벤처 설립롯데-그랩, 1시간 이내 배송서비스 ‘스피드L’ 운영
  • ▲ 박정호 SKT 사장(왼쪽)과 앤서니 탄 그랩 CEO가 지난 1월 서울 을지로 SKT 본사에서 조인트벤처 ‘그랩지오홀딩스’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SKT
    ▲ 박정호 SKT 사장(왼쪽)과 앤서니 탄 그랩 CEO가 지난 1월 서울 을지로 SKT 본사에서 조인트벤처 ‘그랩지오홀딩스’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SKT
    현대차와 SK, 롯데그룹이 모빌리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앞장서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는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꼽히는 ‘그랩’과 협업이 결정적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그랩과 손잡고 동남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전기차 200대를 공급했다. 전기차 공급과 함께 관련 서비스 플랫폼 개발 등에 총 3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앤서니 탄 그랩 대표와 만나 모빌리티의 성장 가능성과 전략적 파트너십에 관해 논의한 바 있다.

    SK그룹도 그랩과 손을 잡았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은 올해초 그랩과 손잡고 조인트벤처 ‘그랩지오홀딩스’를 설립했다. 텔레콤은 지난 1분기 이 회사에 305억원을 투자했다.

    그랩지오홀딩스에서 SK텔레콤은 17년간 T맵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부터 제품 사업화까지 전체 기술방향과 개발 로드맵 등을 담당한다. T맵은 월평균 실사용자가 1000만명에 달하는 국내 내비게이션 분야 1위 서비스다.

    그랩은 지난 2012년 설립됐다. 현재 싱가포르와 필리핀, 태국 등 8개국, 336개 도시에서 택시와 오토바이, 리무진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차량공유기업 중 중국 디디추싱과 미국 우버에 이어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SK텔레콤과 그랩은 위치 기반 상품서비스를 발굴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1분기 선보인 T맵 기반의 그랩 운전자용 내비게이션은 현지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길을 안내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SK그룹과 그랩의 인연은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시작했다. 당시 최태원 회장과 앤서니 탄 그랩 대표는 O2O 서비스 플랫폼에 관한 비전을 공유했고, 이들의 논의는 SK의 그랩 지분투자와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이어졌다. SK는 지난해 3월 800억원을 투자해 그랩의 지분 일부를 매입했다.
  • ▲ 롯데마트와 그랩이 협업해 출시한 한국형 배송서비스 ‘스피드L’. ⓒ롯데마트
    ▲ 롯데마트와 그랩이 협업해 출시한 한국형 배송서비스 ‘스피드L’. ⓒ롯데마트
    롯데 역시 그랩과 손잡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그간 베트남 소비자가 모바일 쇼핑몰에서 한화 기준 7000원 이상을 구입하면 3시간 안에 배송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다소 늦은 배송으로 불만사항이 접수되자 지난해 그랩과 제휴를 맺어 1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롯데마트와 그랩이 협업하는 배송서비스의 명칭은 ‘스피드L’이다.

    롯데 관계자는 “스피드L을 사용하는 현지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지금 보다 배송시간을 더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와 그랩은 스피드L 외에도 협업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최근 방한한 탄 대표를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 측은 이들의 만남이 단순한 상견례 차원이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조만간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