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가로막혀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주총장과 시간 변경한영석 사장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노조의 위법성 주장에 해외 경쟁국 기업결합심사 등 앞길 험난
  • ▲ 5월 31일(금) 울산시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현대중공업
    ▲ 5월 31일(금) 울산시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했다.

    노조가 점거 농성 중인 임시 주주총회장을 변경한 끝에 회사 물적 분할을 승인하면서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 등 2개 회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가 여전한 상황에서 해외 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도 남아 있어 앞으로 과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오전 11시 울산시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분할계획서 승인, 사내이사 선임 등 총 2개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오전 10시 울산 한마음회관에서 주총을 개최하려고 했으나 노조에 가로 막혀 진입이 어려워지자 장소를 변경했다.

    이날 주총장 주변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노조는 한마음회관 주변와 회관 앞 광장을 오토바이 1000여대로 막고 주총장 진입로와 입구를 모두 차단해 주주들의 입장을 봉쇄했다. 사측은 경비용역업체 인력 현장 배치를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도 기동대 경력 64개 중대 4200명을 투입하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예정된 시간 및 장소에서 주총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급히 주총 장소와 시간을 변경했다. 그리고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주총 시작을 알린지 얼마 되지 않아 분할 안건이 통과됐다. 

    분할계획서가 승인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 등 2개 회사로 나눠진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지원 및 투자, 미래기술 연구개발(R&D) 등을 수행하는 기술중심 회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를 통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 양 사의 분할 등기일은 오는 6월 3일이며, 한국조선해양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권오갑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 ▲ 31일 현대중공업 주총장 앞에 법인 분할을 반대하는 내용의 깃발이 걸려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 31일 현대중공업 주총장 앞에 법인 분할을 반대하는 내용의 깃발이 걸려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노조 측, 주총장 변경 위법성 주장…"절차 위법으로 무효"

    물적분할 안건은 통과됐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특히 노조 측은 주총장 변경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법률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대중공업은 당초 개최 시간을 경과한 이후에 주총 장소를 울산대 체육관으로, 개최시각도 최초 통지와 달리 11시10분으로 변경했다"며 "이번 주주총회와 회사분할은 중대한 절차 위법으로 무효로 봄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기존 장소로 알려졌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남구 울산대까지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주주들만을 미리 울산대로 모아 의결처리 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보고 있다. 

    법률원은 "주주총회는 모든 주주에게 참석과 자유로운 의견 표명의 기회가 보장되어야만 유효한 개최로 인정할 수 있다"며 "특히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주주들에게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어도 시간과 장소는 충분히 사전에 고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법상 주주총회를 소집할 때는 2주일 전에 사전 통지를 보내야 하지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법원이 인정하면 공고된 주총 시간이나 장소를 바꿀 수 있다.

    주총장 봉쇄로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할 경우 주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변경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 편의를 제공하면 당일 변경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다만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변경된 장소를 알리고, 이동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으면 그 주총은 효력이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 ▲ 31일 현대중공업 주총 개최를 저지하는 노조와 사측이 대치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 31일 현대중공업 주총 개최를 저지하는 노조와 사측이 대치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해외 경쟁국 기업결합심사 만만치 않아… "회사 경쟁력 강화 노력"

    해외 경쟁국 기업결합심사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신고서 제출을 시작으로 다음달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 등 10개국에 결합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분할 이후 한국조선해양이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면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하고 대신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의 조선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게 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에 대 한 경쟁국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시장 점유율 합계를 따지면 21.2%로 공정위 경쟁제한 기준선인 50%에 미달한다. 그러나 시장을 LNG 운반선과 VLCC 등 선종별로 따지면 기준을 훨씬 초과하게 된다.

    양사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점유율을 합치면 세계 시장의 72.5%, 60.6%를 차지한다. 최근 실제로 EU집행위는 "위원회가 합병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경쟁제한 여부와 소비자에 대한 영향"이라며 한국을 견제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물적분할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노사 간 신뢰구축에 전력을 기울여 빠른 시일 내에 회사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고용 안정, 단협 승계 등 임직원과 약속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사회에도 물적분할 과정에서 빚어진 일부의 오해가 불식될 수 있도록 회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울산을 대표하는 기업의 위상을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 31일 현대중공업 주총장에서 노조와 사측이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뉴데일리 박성원 기자
    ▲ 31일 현대중공업 주총장에서 노조와 사측이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뉴데일리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