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 기여도 파악, 애매한 측정 기준에 신뢰도↓ 채용 확대 암묵적 경쟁부추겨, 은행들 불안감 호소
  • 금융당국이 지난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따져보기로 했다. 개별 은행 줄 세우기가 아닌 은행권 전체 기여도를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호한 측정 지표로 현황을 파악한다고 밝히면서 은행들의 피로도만 높였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연구원, 노동연구원 합동으로 금융권 일자리 창출효과를 측정해 오는 8월 은행권 전반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부문별 우수사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시범운영 단계로 은행권만 작년 기준을 활용해 측정하고 내년 이후 타 업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회사가 직접 채용하거나 아웃소싱을 통해 창출하는 '직접적 일자리 규모'와, 은행이 각 산업에 지원한 자금규모 및 고용유발계수 등을 활용한 '간접적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평가한다.

    다만, 금융위가 세워둔 측정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과연 은행권 일자리 창출효과가 얼마나 세밀하게 파악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자체 일자리 기여도는 은행들이 직접 채용한 신입사원이나 고졸신입, 경단녀 등 수치로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간접적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 역시 간접 지표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만큼 대략적인 수치만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은행이 기업에 지원한 대출금과 산업별 고용유발계수를 활용해 기업의 고용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은행의 간접 기여로 간주하는 셈이다.

    게다가 은행별로 다른 채용, 대출 지표 관련 데이터를 어떻게 취합할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다.

    당국은 측정 기준을 세우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을 조정하고 은행들과 협의해  조만간 자료를 취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국이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은행권에 긴장감만 높인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매년 꾸준하게 채용을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현황 파악을 이유로 매년 은행권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문재인 정부의 채용 확대 기조에 화답해 일자리를 크게 늘렸고,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이 새롭게 채용한 직원 수만 46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독려차원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를 측정한다고 설명했지만, 은행들은 우수사례 발표 등을 의식해 앞으로 채용에서 암묵적인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며 "채용처럼 내부에서 결정되어야 할 은행 고유 영역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