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26일부터 심사기준 강화 나서분양가 통제기간 서울 상승률 34.9%분양보증기관 추가 설치 등 경쟁체제 도입 시급
  •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분양가 통제에 나서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세차익에 따른 '로또청약'은 물론 오히려 집값 상승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분양보증 기관을 추가 설치해 경쟁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오는 24일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가 산정시 주변 분양가 대비 최대 10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책정되도록 '분양가 심사기준 강화 방안'를 마련했다. 주택가격 변동률이 하락할 경우 100% 수준에서 심사하도록 했다.

    그동안 HUG는 인근 지역(반경 1km 이내 또는 동일 구 내)에서 1년 전 분양된 아파트가 있을 경우 직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하고 1년 전에 분양한 아파트가 없는 경우에는 직전 분양가의 최대 110%까지 인상을 허용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이처럼 HUG가 고분양가 통제에 나선 이유는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강북 재개발 단지에서 분양가 심사를 두고 '고무줄'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HUG 관계자는 "시장에서 분양가와 관련해 로또 분양 등 여러 시각이 있어서 올 초부터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을 검토해 왔다"며 "변경된 기준을 적용함에 따른 주택시장 혼선을 방지하고자 시행일까지 2주간의 유예기간을 두기 위해 신속하게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HUG는 분양보증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공기업으로, 건설사는 분양보증이 승인돼야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원활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결국 건설사는 재정여력이 허락하지 않는 한 HUG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고 HUG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됐다.

    정부는 2008년 주택분양보증사업자인 HUG 이외에 다른 보증보험회사를 추가 지정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하지만 추가 지정이 없다보니 독점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HUG의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가 통제에 나서고 있다. 실제 HUG는 2017년 3월 31일부터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시행해 인근 지역보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면 분양보증 발급을 거부했다.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한 것이다.

    이번 '분양가 심사기준 강화 방안' 역시 분양가 통제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분양가는 낮아질 수 있겠지만 인위적인 분양가 통제가 되레 '로또 아파트 광풍'을 부추기고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론 소비자에게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경기 하남시에서 분양한 '미사역 파라곤'은 시세 대비 최대 4억원,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최대 8억원 낮게 분양가가 책정돼 각각 '4억 로또', '8억 로또'로 불리며 투기 광풍을 일으켰다.

    시장 역시 정부가 기대하는 '집값 안정'과는 달리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분양가 조율 과정에서 이견이 커진 재건축 조합들은 분양 일정을 잇달아 연기했고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른 것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HUG가 분양가를 통제하기 시작한 2017년 3월 이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0개월간 서울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은 15.8%로 억제됐지만, 같은 기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34.9%로 뛰어올랐다.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긴 셈이 됐다.

    부동산 업계는 HUG의 분양가 통제로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루거나 후분양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4일 이후 분양보증을 발급받지 못할 경우 더 낮아진 분양가로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HUG의 분양시장 독점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회사 등 분양보증 업무 수행기관을 추가 지정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주택 수요자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신속히 분양보증 기관을 추가해 경쟁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가격경쟁을 통한 보증료 인하, 보증공급 확대, 분양가 통제 제한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