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9개사, 영업익 30% 줄고 수주 잔액 21조 급감수익 악화 주범 미청구공사액 및 악성 미분양 증가도장기 침체 우려 속 리스크 확대에 '재무안정성' 보강 총력
  •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생활형SOC 시공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생활형SOC 시공 현장. ⓒ성재용 기자

    마땅한 활로가 보이지 않던 건설업계가 보릿고개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성적은 부진하고 일감 확보도 기대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대형건설사들은 업황 장기 침체 우려에 대비, 체력 강화에 나섰다.

    11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9개 대형건설사의 영업 성적이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건설·롯데건설(별도)·SK건설(별도) 등 9개사의 영업이익은 모두 1조133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조6051억원에 비해 29.4% 줄어들었다.

    9개사 중 포스코건설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784억원에서 210억원으로 73.2% 급감했다.

    이어 △GS건설(1914억원) -50.8% △삼성물산(1051억원) -49.7% △대우건설(985억원) -45.8% 등의 낙폭이 컸다. SK건설(626억원) 만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7.34%)을 기록했다.

    지난 몇 년간의 호황기를 지나면서 외형 성장이 주춤한 사이 원가율이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매출액은 25조2384억원에서 24조2592억원으로 3.88% 감소했으며 원가율은 87.1%에서 88.7%로 소폭 악화됐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6.35%에서 4.67%로 저하됐다.

    매출액의 경우 ▲대우건설(2조308억원, -23.4%) ▲대림산업(2조3220억원, -18.1%) ▲GS건설(2조6019억원, -16.8%) ▲롯데건설(1조1927억원, -9.91%) 등 4곳이 평균 이상 감소폭을 기록했으며 원가율은 대림산업(85.4%, -2.56%p)을 제외한 8곳이 모두 악화됐다.

    대우건설이 0.01%p 증가(89.5%)에 그치면서 그나마 선방한 반면, 포스코건설은 5.17%p 높아진 93.7%를 기록했다.

    이들 중 유일하게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대림산업(10.3%)과 롯데건설(9.00%)을 제외한 7개사는 모두 수익성이 저하됐다.

    특히 △GS건설(7.35%) -5.11%p △포스코건설(1.30%) -3.85%p △대우건설(4.85%) -2.01%p △현대ENG(6.51%) -1.84%p 등 4곳은 평균(-1.68%p)을 웃도는 낙폭을 기록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앞서 주택 경기 호황이나 해외 손실 환입과 같은 호재가 있었던 것에 비해 저조한 성적이지만, 아직은 5% 안팎의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며 "준공된 현장과 새로 착공한 현장 간 시차가 있는 일시적이 현상으로 보면 된다. 원가율 역시 신규 착공 현장이 늘어남에 따라 소폭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자료사진.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택지 조성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택지 조성 현장. ⓒ성재용 기자

    더 큰 문제는 일감 고갈이다. 이들의 1분기 수주잔액은 모두 278조428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99조9563억원에 비해 7.17% 빠졌다. 수치상으로 21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이들의 1분기 매출액 24조원과 비슷한 규모로, 1년새 한 분기가량 먹거리가 채워지지 않은 셈이다.

    더군다나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로 추가 매입할 부지가 없을 뿐더러 건설사들도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자체 개발사업 등을 위한 용지를 추가 확보하지 않으면서 보유용지 규모도 큰 변동이 없다. 실제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8개사의 보유용지 규모 3조2132억원은 지난해 1분기 3조3369억원와 비슷한 것(-3.70%)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54조원) 19.1% ▲현대ENG(23조원) 12.0% ▲대림산업(21조원) 10.2% ▲삼성물산(26조원) 9.42%의 수주잔액 감소폭이 컸으며 보유용지는 현대건설 20.2%, 현대ENG 15.8%, GS건설 5.13% 순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한 때 해외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미청구공사액도 다시 늘어나고 있으며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미청구공사액 규모는 10조원대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0%가량 늘어났다. 현대ENG가 두 배 가까이 뛴(95.0%) 가운데 GS건설 45.5%, 포스코건설 39.9%, SK건설 23.3%, 롯데건설 18.7%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보유 완성주택 규모는 대우건설 981억원, GS건설 344억원, 대림산업 140억원 순으로 많았다. 특히 관련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 물량이 더해질 경우 대형사들의 보유 완성주택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부채 탕감과 유동성 확보에는 긍정적인 결과를 손에 쥐었다.

    지난해 1분기 총 71조원에 달했던 이들의 부채는 올해 1분기 67조원으로 5% 이상 감소했다. 부채비율도 134%에서 124%로 10.2%p 낮아졌으며 차입금 의존도 역시 28.1%에서 24.4%로 개선됐다.

    부채 규모는 포스코건설이 14.6% 줄이면서 가장 몸을 가볍게 했으며 대림산업 -11.58%, 삼성물산 -11.50% 등 최근 '재무통' 출신의 CEO를 선임한 기업들의 성과가 눈에 띄었다. 차입금 역시 포스코건설(-57.2%)을 비롯해 현대ENG(-33.3%), 삼성물산(-32.3%), GS건설(-20.9%) 등에서 감소 폭이 컸다.

    빚을 줄이면서 보강된 유동성은 유동비율 개선 및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확충으로 드러났다. 1분기 9개사의 유동비율은 136%로, 지난해 1분기 118%에 비해 18.1%p 개선됐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의 경우 기업별 성적이 엇갈렸던 반면, 유동비율은 9개사 모두 개선세를 보였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민간 주택 부문이 침체기로 접어든 가운데 민자로 추진될 예정이던 사업도, 정부가 발주하겠다던 사업들도 진척이 없다보니 저성장 장기화를 염두에 둔 체력 확보 차원에서 내실을 다지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하방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공사 발주도 늘리고 예산을 빠르게 투입하는 등 선제적 대응방안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KDI 경제동향(6월호)'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기성은 전달(-2.8%)보다 마이너스 폭이 확대된 -5.6%를 기록했다. 2018년 2월 -2.7%를 기록한 이후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DI 측은 건설기성 감소와 함께 주거 부문의 선행지표가 부진해 당분간 건설투자의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