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회장, 후에 총리와 상호 협력 강화 약속효성 베트남 사업부문, 지난해 매출 2조원 기록한화, 빈그룹에 4억달러 지분투자 등 투자 확대
  • ▲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이 19일 브엉 딘 후에(Vuong Dinh Hue) 베트남 부총리(오른쪽)와 만나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약속했다.ⓒ효성
    ▲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이 19일 브엉 딘 후에(Vuong Dinh Hue) 베트남 부총리(오른쪽)와 만나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약속했다.ⓒ효성
    베트남 경제부총리 방한으로 베트남 현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효성이 베트남과 협력 강화를 약속한데 이어 한화 등 다른 기업과도 투자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19일 브엉 딘 후에 베트남 부총리와 만나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후에 부총리는 재무부와 투자기획부, 중앙은행 등을 관할하는 베트남의 경제 컨트롤 타워로 잘 알려져 있다. 오는 23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해 베트남 투자를 요청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효성 이외의 다른 재계 총수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지만, 아직 방한 일정이 남아있는 만큼 비공개 만남이 추가로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베트남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인세 혜택 등 투자유치 정책이 활성화된 베트남이 글로벌 기지로 삼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베트남이 지난 4월까지 유치한 해외투자 규모는 145억9000만 달러(약 17조19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했다. 이는 4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베트남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혜지로 급부상한 것이다.

    효성의 해외 1순위 투자처도 베트남이다. 효성은 베트남을 해외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효성의 베트남 사업부문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스틸코드 생산 시설이 2014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 2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후에 부총리를 만난 것도 효성의 베트남 투자 의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면담에서 조 회장은 바리아붕따우성 폴리프로필렌(PP) 공장과 광남성 타이어코드 공장 설립 등 신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베트남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조현준 회장은 "베트남은 효성의 핵심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글로벌 복합 생산기지로 효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효성 화학 부문은 지난해부터 베트남 남부 바리아붕따우성에 13억달러를 투자해 PP 공장과 이를 위한 탈수소화 공정(DH) 시설, LPG 가스 저장탱크 건립 등에 대한 투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0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으로, 효성의 PP 생산능력은 두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후에 부총리는 "효성은 베트남 내 최대 투자 회사 중의 하나로, 효성이 추진하고 있는 남부 바리아붕따우성 PP 공장과 중부 광남성 타이어코드 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 ▲ 한화그룹이 베트남 남부 빈롱시에 기증한 쓰레기 수거용 태양광 보트가 메콩강을 청소하고 있다.ⓒ한화
    ▲ 한화그룹이 베트남 남부 빈롱시에 기증한 쓰레기 수거용 태양광 보트가 메콩강을 청소하고 있다.ⓒ한화
    한화그룹 역시 베트남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그룹에 4억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한화테크윈도 지난해부터 박닌성에서 폐쇄회로TV(CCTV)와 영상저장장치(DVR) 등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도 베트남 투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하노이 인근에 10만㎡ 규모의 항공기 엔진부품 공장을 준공할 당시 김 회장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2014년 이후 무려 4년 만의 해외 현장 방문으로 베트남 시장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환경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한화그룹 경영진은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베트남 남부의 빈롱시에 쓰레기 수거용 보트 두 척을 기증했다. 기증식에는 최선목 한화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을 비롯해 한화생명의 백종국, 한화테크윈의 천두환 베트남법인장 등이 총출동했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베트남을 방문해 에어로스페이스 현지공장의 새 출발을 함께 했다"며 "생명에 이어 최근 테크윈, 에너지 사업까지 그룹역량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그룹의 핵심 글로벌 전진기지로서 성공신화를 만들어가자"고 다짐한 바 있다.

    SK그룹도 베트남과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최고 경영진은 이번달 초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총리와 면담한 데 이어 베트남 1~2위 민영기업과 회동했다. SK는 지난달 빈그룹 지주사 지분 6.1%를 10억 달러에, 지난해에는 마산그룹 지주사 지분 9.5%를 4억7000만 달러에 매입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효과를 비롯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인건비 등으로 국내 기업들에게 주목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내수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라, 이미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도 투자를 점차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