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는 ‘재량근로제’ 적용으로 예외업무량 들쭉날쭉한 IB 등 부문 근무자는 적용돼 논란 모험자본 육성 위해 업계에 현실성 있는 제도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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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업계의 ‘주52시간제’ 의무 도입이 당장 다음 주로 다가왔다. 업계에서는 이미 시범기간 동안 자체적으로 근무시간 축소 정책을 실시해온 만큼 대체로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나, 일부 직군에서는 업무의 특성상 여전히 조율의 여지가 남아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증권사 22곳, 자산운용사 3곳은 주52시간제를 의무적으로 적용받게 된다.

    사실 지원직군 등 대다수의 종사자들은 이미 시범기간인 지난해부터 일 년여 간 다양한 형태로 52시간 근무를 실천해 왔기 때문에 당장 의무화에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일찌감치 지난해부터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은 PC오프제를 선제적으로 실시해 일정 시간 이후에는 사내 PC가 모두 꺼져 ‘야근’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어길 경우 부서장이 처벌받도록 해 참여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외근이 많은 영업직 등을 배려해 유연근무제도 함께 실시, 오후 4시경에 자체적으로 현장 퇴근하거나 특정 요일에는 퇴근시간 이후 회식, 회의 등을 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다.

    문제는 리서치부문과 펀드매니저, IB부문 종사자 등 업무량이 일정치 않은 부서다.

    리서치부문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는 통상 기업탐방과 영업활동으로 외근이 많으며 아침 일찍 발간하는 보고서 작성으로 이른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펀드매니저 역시 실시간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해 업무 시간이 일정치 않다.

    이에 당국에서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에 대해 ‘재량근로제’ 대상으로 인정, 주52시간제 적용의 예외가 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업무의 성질 상 근로의 양보다는 질 내지 성과에 의해 보수가 결정되고 업무수행 방법에 있어 근로자의 상당한 재량이 보장된다”며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인 일본의 경우에도 이들 직군을 재량성이 인정되는 전문 직무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근무 시간은 노사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거쳐야 적법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업무량이 일정치 않은 다른 부문 근로자들은 인정조차 받지 못해 형평성 논란의 여지도 남아 있다. 

    특히 최근 금투업계에서 세를 늘리고 있는 투자은행(IB)부문과 해외투자 관련 근무자들 역시 ‘24시간 대응’이 필요하며 ‘근로의 양보다 질로 보수가 결정되는’ 업무 형태지만 내달부터는 52시간제 적용을 받게 된다.   

    한 증권사 근무자는 “IB 부서는 프로젝트에 따라 업무량이 그때그때 달라 어떤 시즌엔 밤샘 근무가 필수적인 반면 한가할 때는 업무량이 거의 없을 때도 있다”며 “기업 상장준비 과정에서 거래소 심사가 있을 때는 실시간으로 거래소 측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밤새 대기하기도 하는데 52시간제가 의무화되면 이런 현실을 맞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 중인 우리 금투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며 “모험자본 육성에 나서고 있는 정부가 제도적 한계 때문에 자칫 업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