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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현 메지온 회장이 단심실증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 3상 루머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기업설명회(IR)을 열었지만, 오히려 주가가 폭락하는 등 주주들의 불안을 쉽사리 가라앉히지 못했다. 탑라인 결과 발표가 올해 6월 말~7월 초에서 8월로 미뤄지면서 유데나필 임상 3상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에서다.
박동현 메지온 회장은 직접 유데나필 임상 3상 관련 루머를 종식시키기 위해 28일 오후 3시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 메지온, 유데나필 임상 3상 루머에 주가 급락… 공매도까지 가세
앞서 메지온의 주가는 지난 27일 전일 대비 28.02%(3만 2200원) 급락한 8만 2700원을 기록했다. 이날 메지온의 공매도 거래량은 9만 6232주, 거래대금은 87억 6867만원으로 각각 전일 대비 3908%, 3047.95% 급증했다.
에이치엘비 글로벌 임상 3상 실패 소식으로 인한 유탄도 있겠지만, 이날 오전부터 돌았던 유데나필의 임상 3상 루머로 인한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메지온은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6년 환자 등록을 시작해 지난해 12월 마지막 환자 투약을 마친 상태다. 메지온은 유데나필의 글로벌 임상 3상 자료를 검토, 수정 중이다. 임상 3상 자료 중 20% 정도의 데이터에 오류가 있어 이를 수정하느라 탑라인 발표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당초 이달 말에서 내달 초에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탑라인 결과 발표는 오는 8월로 미뤄졌다. 탑라인 발표 일정이 지연되면서 임상 3상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박 회장은 "(임상 3상 탑라인 발표) 날짜를 부정확하게 말한 건 잘못했지만, 우리가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런 게 아니다"라며 "(탑라인 결과 발표) 날짜 지연이 된 게 회사 장래에 무슨 영향을 주나?"라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1차 자료가 7월 중순에 수정되면 자료 분석·정리를 마치는 데 1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봤다. 그는 최대한 빨리 자료를 정리하면 7월 말에는 탑라인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회장은 "여기서 (유데나필 임상 3상이) 성공한다고 자신있게 말은 못 하겠다"면서도 "그렇지만 정확하게 자료 나왔을 때 임상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제가 제일 먼저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료를 제가 아는 선에서 다 공유할테니까 시장에서 도는 소문은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바이오벤처가 신약 개발한다는 게 굉장히 리스크가 많다"면서도 "리스크 없는 회사는 아무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약 개발은)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그것을 알고 투자를 해야 제가 양심에 죄책감을 안 느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주주들, 자사주 매입·공매도 대응 등 주가 부양 대책 강력 요구 -
IR이 시작된 지 30여 분간 박 회장의 발표가 이어졌으나 설명회 자리를 가득 메운 주주들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28일 기업설명회를 앞두고 9만 4000원까지 치솟았던 메지온의 주가가 기업설명회가 진행되던 오후 3시 32분부터 전일 대비 23.82%(19700원) 급락한 6만 3000원으로 꺾였기 때문이다.
결국 한 주주는 박 회장에게 "지금 주가가 하한가까지 내려갔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을 알려달라"고 외쳤다. 다른 주주들도 이구동성으로 회사 차원에서 주가 부양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특히, 최근 1~2주일간 공매도 세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가짜 소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신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있지만 희망고문을 하고 싶진 않다"며 "공매도 세력을 잡을 방법이 없고 처벌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반면, 김영삼 법무법인 태평양 자문위원은 "공매도를 처벌하는 것은 시세조종의 영역"이라며 "처벌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매도에 관해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며 "현 상황과 반대되는 헛소문이 특정 세력에 의한 것이라면 범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조치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 회장은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법적 한도까지 이미 다 샀기 때문에 더 이상 여력이 없다는 것. 박 회장을 비롯한 회사 임직원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내부자 거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송윤택 메지온 경영지원본무 IR팀 이사는 "사실 (박 회장이 자사주를)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법적인 취약점으로 인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공매도 세력에) 빌미를 제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법적으로 최대한 문제가 안 되는 선에서 다시 논의해 빠르면 내달 1일 즉각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한국거래소는 메지온을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메지온은 내달 1일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