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판 우버 ‘그랩’ 투자, 그룹 내부서 투자 반대최태원 회장 “사회적가치 창출 가능성 커 경영진 설득”SK㈜, 투자 대상기업도 사회적가치 창출성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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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 CEO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SK
SK그룹의 투자기준 우선순위가 사회적가치로 바뀌고 있다.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수익 보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그런 기업을 인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투자방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SK는 그간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 하이닉스반도체 등 비교적 이익발생이 뚜렷한 ‘수익 보증수표’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당장 이익이 없더라도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곳에 투자를 하고 있다.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설립돼 현재 싱가포르와 필리핀, 태국 등 8개국의 340여 도시에서 택시와 오토바이, 리무진 등 차량 공유사업을 영위 중이다. 글로벌 관련기업 중 중국 디디추싱과 미국 우버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SK의 그랩 투자는 최태원 회장과 앤서니 탄 그랩 대표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이들의 첫 만남은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이지만, 이에 앞서 싱가포르에서부터 인연이 시작됐다.최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에서 “예전에 우연히 싱가포르에 갔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탄 대표를 만났다”며 “그는 SK의 투자를 받고 싶다고 했지만, 지분 인수금액이 비싸고 우리의 사업성과 관계가 멀다고 그룹 내부적으로 판단해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이어 “그러나 제가 탄 대표를 만나보니 차량공유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의 열정에 공감했다”며 “방향성이 좋다고 판단해 경영진을 설득해 최종적으로 투자로 가닥을 잡았다. 그랩의 사례처럼 SK는 사회에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기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 훨씬 진행속도가 빠르다”고 덧붙였다.SK는 지난해 3월 800억원을 투자해 그랩의 지분 일부를 매입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올해초 그랩과 손잡고 조인트벤처 ‘그랩지오홀딩스’를 설립했다. 합작사에 투자된 금액은 305억원이다.그랩지오홀딩스는 텔레콤이 17년간 T맵 서비스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부터 제품사업화 등 기술방향과 개발 로드맵 설정 등을 진행 중이다.그랩의 사례처럼 투자전문 지주사인 SK㈜는 사회적가치 측정 대상을 투자 회사로 늘리고 대상을 선별할 때도 사회적가치 관점을 적용하고 있다. ▲경제간접 기여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등 투자 대상기업의 활동을 평가해 결정에 포함시키는 것이다.SK 관계자는 “사회적가치와 관련된 투자모델을 조만간 시장에 공개할 수 있도록 정교화하고 있다”며 “사회적가치와 비즈니스모델을 연계해 지속적인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