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KCGI, 현대차·한진칼 주가부진에 주식처분 못해단기투자-차익실현 목적달성 실패…주가부양 공격 이어가'공세강화-엑시트' 선택시기 임박…행동주의펀드 주의보
  • 통상적으로 단기에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하는 헤지펀드가 떨어지는 주가에 장기 투자자로 전환한 모습이다.

    지배구조 등에서 약점을 노출한 기업을 공략해 주주들의 편에서 공세를 통해 주가를 띄워야 하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다른 주주들이 기업의 편으로 전향하며 발을 묶고 있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취해온 이익 추구 전략이 국내 기업과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전례에 따라 토종기업 지키기에 주주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칼과 KCGI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지분을 꾸준히 끌어모아 15.98%를 보유 중이고, 20%대 까지 지분을 늘려 조원태 회장 등 특수 관계인 지분 28.93%에 대항하는 위협 세력으로 관심을 모아왔다.

    반면 델타항공이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향후 표 대결에서의 우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KCGI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까지 지분을 지속적으로 모으며 한때 4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델타항공의 발표 이후 주가는 다시 급락세로 돌아서며 수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KCGI는 지분 추가 매입를 통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자금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한진칼의 백기사가 등장하고, 당분간 주가 급등 요인이 사라진 상황에서 KCGI가  한진그룹에 주주가치 제고, 기업 투명성 강화 등을 꾸준히 요구하며 3월 주총까지 탐색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공개적으로 매입하면서 회사를 압박했던 엘리엇도 아직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의 지분을 털어내지 못했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시켜 주식 가치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하거나 배당을 높여 수익을 내다 떠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면서 손실구간에 들어서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 주식을 15만원대에 집중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일 종가기준 현대차 주가는 13만7000원에 머물러 있다.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역시 엘리엇의 집중 매집시기에 비해 주가가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엘리엇이 빨리 수익을 내고 떠나려면 현대차그룹 주가가 올라야 하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 전망이 어두워 단기간에 주가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5월 현대차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어 임시 주총 취소를 끌어냈지만 10개월 만에 개최한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는 완패하면서 힘을 잃었다.

    물론 여전히 현대차그룹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 시기를 다시 한번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특히 절대 다수의 소액 주주들의 지지를 위해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요구하면서 다시 주가를 끌어올리고, 배당을 높여 수익을 내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최근 주주 행동주의 행보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기업을 지배하는 최대주주의 취약한 지분율을 공략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에 전자투표제 도입이 활성화될 경우 행동주의펀드와 개인 투자자가 손을 잡기도 쉬워진다.

    지배력이 약한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를 미루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