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OC 3조 줄면서 경제 생산 6조원 타격경제성장률 유지 위해 GDP 2.5% 이상 투자해야
  •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소재 생활형 SOC 사업장 시공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소재 생활형 SOC 사업장 시공 현장. ⓒ성재용 기자

    "현재 건설 산업은 인프라 투자의 지속적인 축소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건설수주액과 건설투자 모두 하락해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인프라, 주거환경 구축을 통해 국민에게 편리한 삶을 가져다주고 높은 고용유발 효과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SOC 투자는 국민안전과 고용시장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 정부의 목표에도 부합하는 정책이죠."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문재인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SOC 투자를 선언한 가운데 지난해 SOC 예산이 3조원 줄면서 경제생산이 6조원 이상 줄어드는 등 타격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SOC 투자 축소로 고용창출력이 약해지고 중장기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등 경제 전반에 위험신호가 나타나는 만큼 정부의 빠른 투자와 예산 집행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건설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5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의 SOC 예산 규모는 2015년 24조8000억원에서 2019년 19조8000억원으로 4년새 5조원이 감소했다. 전체 예산에서 SOC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0년 8.6%에 달했지만, 2015년 6.6%, 올해 4.2% 등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연구원 측은 지난해 SOC 예산이 전년대비 3조1000억원 줄어드는 등 SOC 투자 축소로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SOC 투자 축소는 다른 분야의 산업 생산까지 위축시킨다. 지난해 SOC 투자가 줄면서 경제 전체에 직·간접적으로 6조2000억원의 생산이 감소했다. △사업서비스 △비금속제품 △장비·기계 △금속제품 △철강을 비롯한 분야의 타격이 크다.

    직·간접적으로 2조6000억원의 부가가치도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SOC 투자 축소로 건설업은 1조4000억원, 다른 산업은 1조2000억원의 부가가치가 감소했다. ▲사업서비스 ▲금속 ▲장비·기계 ▲도소매·음식·숙박 ▲금융·보험·부동산을 포함한 분야다.

    특히 SOC 투자는 건설업계는 물론, 다른 산업의 일자리 감소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SOC 투자 감소로 인해 건설업계는 2만2220명, 다른 산업은 1만6558명의 일자리가 줄었다.

    건설단체총연합회 집계 결과 지난 10년 동안 공공공사를 주로 맡는 토목업체 1100여곳이 폐업해 관련 업체 수가 10년새 30% 감소했다. 공공공사만 맡는 건설사 100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일 정도다.

    뿐만 아니라 SOC 투자 감소로 중장기 성장잠재력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17년 3.2%였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7%, 올해 2.5%로 2년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3.3%보다 낮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잠재성장률은 자본스톡과 총요소생산성(TFP) 기여도가 떨어진 영향이 컸는데, 인프라 투자 부진이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며 "현 SOC 예산 규모로는 향후 경제성장률 2%대 후반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중장기 SOC 투자와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국가재정운용계획상 SOC 예산 증가율 전망(좌)과 12대 분야 예산 연 평균 증가율 현황. ⓒ현대경제연구원
    ▲ 국가재정운용계획상 SOC 예산 증가율 전망(좌)과 12대 분야 예산 연 평균 증가율 현황. ⓒ현대경제연구원

    이에 SOC 투자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등 선진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4~2.7%를 SOC에 지출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2% 미만으로 하락할 전망이어서 현재 경제성장률 유지를 위해서는 GDP 대비 2.5% 이상의 SOC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총예산에서 SOC 비중은 지난해 4.43%에서 올해 3.93%로 줄어들었다. 2022년 3.1%로 더 내려갈 전망이다. 총 예산이 2018년 430조원에서 2022년 570조원으로 연 평균 7.4% 늘어나는 동안 SOC 예산은 연 평균 2.0% 줄어들면서다.

    이승우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SOC 스톡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SOC 투자를 축소하다 최근 소폭 상승 추세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현재 필요한 SOC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들도 SOC 투자 확대와 함께 업계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했다.

    대형건설 A사 고위 관계자는 "업계가 최근 지속적인 예산 감소와 주택경기 위축, 해외수주 감소로 사업이 매우 어렵다"며 "대형사들은 경영위기에 몰려 고용안정을 위협받고, 최근 대학에서는 건설 관련 학과들이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예산을 적기에 투입해 업계의 근로자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또 민간에서 SOC 사업을 최초 제안할 경우 우대점수를 확대해 참여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경제 침체와 자금난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취업유발 효과와 서민경제에 후방 연관효과가 높은 SOC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