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스커버리, SK건설 지분 전량 매각부족한 영업성적-불안한 재무성과 넘어설지 관건
  • ▲ 서울 종로구 소재 SK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종로구 소재 SK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SK건설이 최태원 회장 품으로 들어갔다. 2대 주주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보유 주식을 매각하면서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IPO(기업공개)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열위한 영업성적과 저조한 재무안정성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에서 분할해 2017년 지주사로 출범한 SK디스커버리가 공정거래법을 따르기 위해 보유 중인 SK건설 지분 28.25%, 주식 989만주를 기관투자자(FI)에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가격은 주당 3만5000원이고, 충 처분금액은 3041억원이다. 매각주간사는 미래에셋대우다. 접촉 중인 기관투자자에 SK 계열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방식은 PRS(Price Return Swap, 주가수익스왑)방식이다. PRS는 거래된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맺는 파생상품 계약으로, 투자자가 해당 기초자산을 처분할 경우 매각액과 최초 매수액의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가령 기관투자자가 향후 SK건설 지분을 3041억원보다 비싸게 팔면 그 차액을 SK디스커버리에 지급해야 한다. 반대로 3041억원보다 싸게 팔면 SK디스커버리가 그 차액을 기관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지분 매각과 함께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한 SK건설 주식의 의결권과 배당권, 처분권 등 법적 권리는 모두 투자자에게 이전된다.

    이에 따라 SK건설의 2대 주주였던 SK디스커버리는 완전히 손을 놓게 됐다.

    그동안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가 SK건설 지분 44.5%를 처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SK디스커버리가 1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시나리오도 시장에서 흘러나왔다. 앞서 최창원 부회장이 2003년 SK건설 부사장, 2006년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최 부회장은 SK건설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최 부회장은 故최종건 회장의 3남으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SK건설의 지분 정리로 IPO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PRS 계약 내용을 보면 기간은 매매종결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이다. 기관투자자들이 향후 3년 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SK건설의 IPO가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유력하게 점쳐진다. SK건설은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현재 상태가 유지될 경우 투자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SK건설은 지난해 초 사업계획에 IPO 추진을 명시한 바 있다. 당시 구체적인 시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올 상반기 정도를 목표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라오스에서 발생한 댐 사고로 인해 본격적인 IPO 작업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 배포가 임박했다고 관측했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SK건설은 공식적으로 관련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지만, IPO 카드를 손에서 놓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SK건설 측은 "현재도 IPO에 관심을 두고 실무부서에서 검토를 지속해오고 있다"며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상장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 ▲ 자료사진. '인천 SK 스카이뷰'. ⓒ뉴데일리경제 DB
    ▲ 자료사진. '인천 SK 스카이뷰'. ⓒ뉴데일리경제 DB

    다만 열위한 영업성적과 저조한 재무안정성이 IPO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분기 별도 기준 SK건설은 높은 원가율로 저조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원가율은 92.7%로, 지난해 1분기 90.9%보다 1.75%p 악화됐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포스코건설 93.7%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개사 평균 원가율은 88.5%다.

    영업이익률은 포스코건설 1.30%, 삼성물산 1.42%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3.65%를 기록했다. 10개사 평균 이익률은 4.91%다. 그러면서 순이익 규모도 537억원으로 10개사 평균 1008억원의 절반에 그쳤다.

    앞서 연이은 대규모 손실로 자본 여력이 위축됨에 따라 악화된 재무구조도 불안하다.

    1분기 SK건설의 유동비율은 115%로, 10개사 가운데 삼성물산 104%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10개사 평균 유동비율은 137%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7858억원으로, 10개사 중 포스코건설 4684억원, 롯데건설 4909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적다.

    이에 반해 부채비율은 10개사 중 대우건설 31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89%를 기록했으며 차입금의존도 역시 대우건설 98.8% 다음으로 높은 59.9%를 기록했다. 10개사 평균 부채비율은 125%이며 평균 차입금의존도는 24.6%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주요 경쟁사 대비 열위한 재무구조 및 재무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영세한 자기자본 규모로 인해 추가손실 등 발생에 따른 재무구조 변동가능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다수의 해외사업장에서 비경상적인 추가원가 투입 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발주처 리스크도 발생함에 따라 해외공사 원가율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저하된 상황"이라면서 "준공 완료 전까지 추가손실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재무비율 개선의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두 집 살림이 끝난 SK건설 입장에서는 SK가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반도체, 통신, 에너지·화학 등 여러 분야의 굵직한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매출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6조4000억원 가운데 45%가량인 2조9000억원을 계열 일감에서 따낸 바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에서 나온 매출만 2조원으로,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시에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SK하이닉스 관련 수주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