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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올 하반기 공급될 예정이었던 20만 가구에 이르는 아파트 분양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집값 안정을 꾀하려던 정부의 목표가 되레 주택 공급부족을 불러와 집값 폭등을 야기시키는 등 주택시장을 혼란을 빠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에서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 물량은 18만8682가구(임대주택 포함)다. 이 가운데 투기과열지구에서만 분양되는 물량은 총 3만6625가구로, 지난해 하반기(1만5443가구)보다 2배 이상 많다.
시도별로는 ▲경기 7만4070가구 ▲서울 3만363가구 ▲대구 1만150가구 ▲광주 1만81가구 ▲부산 9977가구 등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서 분양을 앞둔 물량이 많다.
여기에 7월부터 올 연말까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은 20개 단지, 1만1700가구에 이른다. 하반기에만 20만 가구에 이르는 분양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로 공급되는 물량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상반기에 예정됐던 물량 상당부분이 하반기로 연기된데다 정부의 분양가 심사기준 강화, 10월 예정된 청약업무 이관 등 영향으로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분양일정이 미뤄진 사업장이 많았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히면서 분양시장 분위기는 더 얼어붙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사업성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어 사업 중단까지 초래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당장은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겠지만 정비사업 위축 등으로 수년 내 도심에서 신규 공급되는 물량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지은 지 5년 안 된 새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을 검토하던 사업장들도 다시 선분양으로 돌아서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대표적으로 서울 반포동 신반포3차·반포경남 재건축조합은 후분양을 유력하게 검토하다 최근 이를 원천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MBC 옛 부지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 역시 분양가 규제에 막혀 후분양을 계획했다가 선분양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함에 따라 하반기 예정된 분양이 대거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2008년 분양가상한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2007년 말 몰아내기 분양이 이뤄진 후 한동안 분양시장은 미분양적체로 어려움을 겪었었다"며 "하지만 공급이 줄고 주택가격이 급등했던 경험이 있어 청약열기가 오히려 달아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가 당장의 부동산 열기를 잠재우는 데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주택공급을 위축시켜 결국 집값 등급을 불러올 것이란 의견도 많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많은 규제를 가했지만 그에 비해 집값은 규제 전 상승률에 비해 하락률은 소폭에 그쳤다"면서 "이번 분양가 상한제 역시 정부 의도와 달리 집값 안정화는 '헛발질'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