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난 가격에 日 소재 수출 규제까지...바닥찍은 상반기하반기 재고털고 가격회복해 내년 실적개선 예상...日 수출 규제도 '전화위복'으로
  • ▲ ⓒ삼성전자
    ▲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업계가 수요 부진과 가격하락에 이어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 상반기 바닥을 찍은 반도체업황은 최근 들어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회복 기미를 나타내며 내년 상반기 실적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반도체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수요 부진과 가격하락에 더해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핵심이 되는 주요 소재 수출에 규제를 가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감소하며 국가 수출 경제를 뒤흔들기도 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통관기준으로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48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가격 약세가 이어진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이 상반기 반도체 수출이 줄어든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D램은 올 들어 두자릿수대 가격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 8기가비트(Gb) D램의 지난 7월 말 평균가격은 2.94달러로 올 1월 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달 10% 이상의 하락세를 이어간 탓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D램 가격하락으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영업이익은 8.21% 줄어든 실적을 밝히며 11분기만에 3조 원대 영업이익으로 회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0%, 90% 줄어 위기감이 더 컸다.

    2분기에 이처럼 바닥을 찍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하반기 반등의 조짐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가격 반등이 시작된 가운데 당장 3분기부터 업황이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에 있었던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업황이 전체적으로 3분기 들어 안정화될 것"이라며 "낸드의 경우 가격 저점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고용량 모바일 스토리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디램익스체인지의 낸드 가격 평균가 등락을 살펴봐도 낸드는 지난 5월 가격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올들어 적게는 2%에서 많게는 7% 가까이 매달 감소세를 나타냈던 낸드(128Gb MLC 기준) 평균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4달러 대로 다시 올라서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전달 대비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업계에서는 낸드 가격이 예상보다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는 것을 반도체업황 개선의 대표적인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서버용 D램 수요도 되살아날 기미가 포착됐다.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들이 서버용 D램 구매를 재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같은 점을 들어 "32Gb 서버 D램 가격이 2분기 중반처럼 100달러 미만까지 재차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며 "전년 동기의 기저가 높아 서버 조립품 및 서버 D램 출하량이 올 3분기에 전분기 대비로는 플러스 성장 가시권에 들어와 긍정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국내 반도체업계에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도 희망적인 대목이다. 우선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당장 생산에 직접 타격을 받는 상황은 아니지만 업계 전반에 반도체 수급에 대한 불안 심리가 생기면서 수요를 자극하는 효과를 유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일을 계기로 소재 공급처 다변화와 국산화 등을 적극 검토하며 향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앞서 마주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업계 뿐만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 전반에서 반도체 산업의 본질을 다져야 하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올해 남은 과제들을 수행해나가면 내년에는 업황 회복과 함께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