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때 ‘알람시계’ 등장 시간단축, 페이퍼리스본점 인력, 혼잡 영업점으로 재배치…인력효율화가족과 저녁식사-운동…“저녁이 있는 삶 생겼다”
  • ▲ (왼쪽)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과 (오른쪽)신한은행이 압축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각 부서에 나눠 준 알람시계.
    ▲ (왼쪽)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과 (오른쪽)신한은행이 압축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각 부서에 나눠 준 알람시계.

    지난달부터 주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은행들이 업무 다이어트에 나서는 등 새로운 풍경이 포착되고 있다.

    은행들은 형식적인 업무와 격식의 틀을 깨고, 업무를 간소화하는 여러 방안을 시도하며 새로운 문화를 적응해가는 중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종전보다 출근시간이 늦춰지고 퇴근시간은 빨라지면서 일부 은행직원들은 근무시간과 제도변화 정착에 낯설어 하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주52시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올해 초 전 영업점의 출근 시간을 오전 8시로 일괄 적용했다. 때문에 다소 빨랐던 출근 시간이 8시 이후로 바뀌며, 어학 공부와 운동 등 아침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모습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8시전에 출근하더라도 영업점에 미리 들어가 그날 업무 준비를 했었는데 이제는 전 영업점 오픈 시간이 8시인데다 보안(세콤)도 걸리면서 8시 전에는 영업점을 들어갈 수 없다”며 “주52시간을 넘어 주 40시간 근무 문화를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회의시간을 줄이기 위해 부서마다 알람시계를 배치했다. 5분, 15분, 30분 등 원하는 시간만큼 알람을 선택해 회의를 압축적으로 하면서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했다. 짧은 회의는 서서하고, 임원회의는 사전에 안건을 안내해 회의 효율성을 높였다.

    국민은행도 회의 시간 단축을 위해 ‘스탠딩’ 회의를 도입했다. 회의를 위해 문서를 출력하는 대신 태블릿PC로 회의내용을 확인한다. 파워포인트 보고서는 금지시키고 키워드 위주의 보고서 작성으로 시간을 단축했다.

    KEB하나은행은 회의는 주 1회, 시간은 1시간 이내, 자료는 1일 전에 배포하자는 의미로 '하나·하나·하나'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보고도 사내 인트라망을 통해 비대면으로 하고, 보고 자료는 한 페이지 내로 압축했다. 회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알람시계를 구매해 회의실에 배치하기도 했다.

    또 주 52시간 관련 궁금증이나 애로사항, 문제 해결 방안을 소통할 수 있는 '주 52시간 지킴이 게시판'을 운영중이다.

    우리은행은 회의에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회의 자료는 1장 이내, 회의 시간은 1시간 이내, 회의 결과 회신(피드백)은 1일 이내로 하자는 '1·1·1'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전 영업점에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문서 작성은 태블릿PC로 대신해 고객이 서류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직원들이 서류업무를 하는 시간도 줄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근무 환경 변화로 직원들은 가정과 자기개발을 위해 여가를 활용하고 있다”며 “퇴근 후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는 직원이 늘었고, 자기 개발을 위해 강의를 듣고 헬스장이나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NH농협은행은 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 열리던 경영위원회를 오전 9시로 미뤄 정규 근로시간 내에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교육·연수도 줄이는 추세다.

    또 오전 10시∼11시30분, 오후 2시∼4시인 집중근무 시간엔 불필요한 외출과 이석(자리 뜨기), 회의, 업무 지시 등을 자제하고 개인별 주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밖에도 본사 직원들을 인력이 모자란 영업점에 재배치하며 인력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인사에서 본점 인력 120여명을 혼잡 영업점으로 이동시켰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취임한 이후 본점에서 영업점으로 발령난 직원은 150여명이다. 국민은행도 이달 초 본점 70여명의 인력을 영업점으로 재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