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행 ELS 67%가 홍콩H지수 연계…투자자 손실 가능성일각선 ‘제2의 금융위기’ 촉발 우려도…중국 무력 개입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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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시위가 점차 격화되면서 국내 자본시장 및 글로벌 증시까지 폭 넓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송환법’ 개정 반대 등으로 지난 6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홍콩 내 반정부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안감도 증폭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허브’로 손꼽히는 홍콩이니만큼 막대한 규모의 글로벌 투자 자금이 시장을 빠져 나가는 조짐이 보이고 있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홍콩 내 자금의 외부 유출 금액이 유입 금액보다 2.64배 많은 ‘순유출’ 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홍콩 내 시위자들 사이에서는 홍콩달러를 미국달러로 환전해 홍콩달러의 법적 지위를 낮추자는 ‘Cashout HKD to USD’ 운동까지 펼쳐지고 있다. 이 운동으로 이미 900만달러 이상의 홍콩달러가 인출됐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홍콩은 투기자본에 취약한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취하고 있는 데다가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며 “이번 시위로 홍콩은 다시 한 번 ‘블랙스완’으로 부상했으며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홍콩 주가지수인 ‘H지수’의 급락도 투자자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H지수는 지난 7월 25일 10930.36포인트에서 꾸준히 하락해 20일 오후 현재 10160.12포인트를 가리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다수가 H지수가 연계돼 있어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도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H지수와 연계된 ELS의 발행액은 32조원 수준으로 전체의 67%에 달한다. 지난 2015년에도 H지수의 폭락으로 증권업계가 수천억 대의 손실을 본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물론 아직까지 H지수의 낙폭이 기록적으로 크지는 않은 만큼 사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콩 시위가 현재보다 더욱 격화될 경우 중화권 시장 전반, 나아가 글로벌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줘 국내 증시까지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건은 중국 정부의 무력 행사, 미국의 홍콩 시위 개입 가능성이다. 이미 미중 무역분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참여할 경우 글로벌 이슈로 확장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극단적인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중국 경기의 경착륙 혹은 신용리스크 고조로 글로벌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지역의 IMF 위기 사태 당시에도 태국과 홍콩의 금융불안이 시발점이었음을 언급하며 “국내 경기 반등의 열쇠인 대중국 수출, 반도체 경기 회복이 홍콩사태 악화시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며 “이미 1%대 성장률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사태가 악화된다면 0%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