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불발 및 실적 악화에 대규모 조직개편 단행정상원·박지원 등 수뇌부 물갈이… 개발 프로젝트 다수 중단넥슨 노조, 내달 업계 첫 대규모 시위 예고… "구조조정 반대"
  •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매각불발과 신작부진에 이어 대규모 조직개편에 따른 노사갈등으로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았다

    회사 수뇌부들이 사의를 밝힌 데 이어 수백억원을 투입해 개발해 온 프로젝트까지 무산되면서 내부에서도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29일 넥슨코리아에 따르면 정상원 신규개발총괄 부사장과 박지원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GCOO)는 최근 사의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후임 인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 부사장은 지난 1996년 넥슨에 입사해 2001~2004년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으며, 이후 네오위즈 등에 몸담았다가 2014년 넥슨으로 복귀했다. 박 GCOO는 2003년 넥슨에 입사해 2014년 대표이사직을 맡았으며, 넥슨 매각 작업을 이끌었다.

    관련업계에선 넥슨의 잇따른 실적부진과 매각 무산 등을 이들 경영진의 사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정 부사장의 퇴진에는 '페리아연대기'의 개발 중단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페리아연대기는 띵소프트 대표를 겸직 중인 정 부사장이 8년 간 개발을 주도해 온 게임이다. 회사 측은 수 차례 테스트 결과 페리아연대기의 흥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개발을 최종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 부사장의 회사 내 입지도 약화됐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두 사람이 물러나면서 넥슨 합류가 예정된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의 역할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주 NXC 대표는 허 대표를 넥슨 경영진에 합류시키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는 지난 2001년 네오플을 설립하고 PC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로 흥행 신화를 기록, 2008년 약 3800억원에 회사를 넥슨에 매각하는 등 국내 벤처기업의 대표 성공 사례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업계에선 허 대표의 영입 배경을 두고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흥행작 출시 등 넥슨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김 대표의 복안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회사 측은 허 대표의 영입설과 관련해선 "현재까지 영입 여부와 직책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내용의 조직개편이 진행되면서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는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해 9월 게임업계 최초로 공식 출범한 넥슨 노조는 다음달 3일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 앞에서 첫 집회를 실시한다.

    노조 측은 "올해 초 매각설, 매각이 불발된 뒤에도 이어지는 조직 쇄신에 대한 뉴스, 연이은 프로젝트 중단, 떠도는 소문 등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고용불안 속에서 우리는 회사에 고용안정에 대한 약속과 노동자에 대한 존중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번 집회에서 지난 1년의 활동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이슈 환기 및 구호제창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부 노조 관계자는 허 대표의 영입 배경이 넥슨의 실적 부진과 밀접한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허 대표는 위메프 공동대표 당시 직원 150명 가량을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9월 추석 전후로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력 감축이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넥슨이 올해 지스타에 불참하는 이유도 이번 조직개편과 상당부분 연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