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홀딩스에 3500억 투자… 허민 대표 영입 공식화노조 "'고용불안' 증폭… 직간접적 영향력 행사 불가피"이정헌 대표 "고용 안전망 준비 중… 직원 배제 없을 것"
  • 지난달부터 이어진 넥슨의 대규모 조직개편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일부 개발 프로젝트 중단 및 핵심 수뇌부들의 사퇴에 이어 그간 영입설이 불거져 온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까지 '구원투수'로 본격 등판하는 등 강도 높은 분위기 쇄신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최근의 조직개편 작업을 화두로 발발한 노사갈등이 자칫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 9일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 신주인수 방식으로 11.1%의 지분을 확보한다고 발표했다. 원더홀딩스는 허민 전 네오플 대표가 지난 2009년 설립한 지주회사로 e커머스 플랫폼 '위메프'와 게임 개발사 '원더피플', '에이스톰' 등을 소유 중이다. 

    양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따라 그간 업계 관심을 모아 온 허 대표의 넥슨 영입도 확정됐다. 허 대표는 넥슨의 외부 고문으로서 전반적인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 지난달 초 허 대표의 영입설이 수면 위에 오르면서 거취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회사 측은 허 대표의 영입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일축해 왔다. 

    업계에선 허 대표의 영입 배경을 두고 PC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흥행작 출시 등 넥슨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김정주 NXC 대표의 복안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허 대표는 지난 2001년 네오플을 설립하고 던전앤파이터로 흥행 신화를 기록, 2008년 약 3800억원에 회사를 넥슨에 매각하며 국내 벤처기업의 대표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다.

    현재 국내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20위 내에 자리한 넥슨 타이틀은 '피파온라인4 모바일'과 '메이플스토리M'이 전부다. 올해 출시한 모바일 신작 모두 흥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원더홀딩스의 자회사들은 게임 및 e커머스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넥슨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며 "특히 게임에 대한 허민 대표의 높은 열정과 통찰력은 넥슨의 차별화된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직개편에 따라 넥슨 노조(스타팅포인트)와 회사 간 갈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허 대표의 영입설과 함께 노조 내에선 허 대표의 영입 배경이 넥슨의 실적 부진과 직결된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허 대표는 과거 위메프 공동대표 당시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해 직원 150명 가량을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지난 3일 넥슨 판교 사옥에서 고용 보장을 촉구하는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당시 조경천 넥슨 노조 조직부장은 "사측에서 조직개편의 탈을 쓴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프로젝트 종료 시 전환배치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아 직원들은 각자도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결국 허 대표가 전반적인 게임 개발을 맡게 되면서 노조 내 고용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며 "외부 고문이라지만 김정주 대표가 영입에 직접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고용 문제에서도 직간접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 측은 허 대표가 외부 고문으로 활동하는 만큼 인력 구조조정 등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정헌 대표 역시 9일 사내 공지를 통해 최근의 조직개편과 관련 직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을 모든 의사결정의 전제로 삼을 것이다. 게임 산업이 직면한 만만치 않은 환경에서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환의 과정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안전망을 준비하고 있다"며 "어떤 결정에서도 넥슨의 성장에 원동력이 되어준 직원들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넥슨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라며 "회사는 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최선을 다할 것을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