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산업부 중재로 회동 가능성… 대화로 문제 해결양사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 침해 제기… 갈등의 골 깊어져사과 및 재발방지 요구 등 입장차 여전해 협상 난항 우려도CEO 만남 해결 어려워… "총수들 직접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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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들이 추석 연휴 이후 회동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터리 분쟁에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그러나 여전히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추석 연휴 직후인 오는 16일 회동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성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는 배터리와 관련해 각각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 침해를 제기하며 법적 갈등은 고조된 상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계획적·조직적으로 빼내가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6월 국내에서 제기했으며 지난 3일에는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CEO들이 회동을 준비하는 등 배터리 분쟁 해결을 위해 대화에는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사는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입장차는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피해배상 논의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단기적인 해결 방안 도출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LG화학, 사과 및 재발 방지 요구… "언제든 대화에 응할 것"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본질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그만두고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게 핵심 인력에 대한 채용 절차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인력 빼가기(76명)를 지속했고 핵심기술이 다량으로 유출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 결정 계기를 밝힌 바 있다.

    LG화학은 회사 핵심 인력을 대거 빼내 가기 전인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기가와트시)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했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은 30여년 동안 막대한 투자와 연구를 통해 축적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더는 묵과하지 않고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LG화학은 1990년대부터 2차전지 분야에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특허 1만6685건(3월 기준)으로 경쟁사 대비 14배 수준의 독자적인 혁신기술을 확보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국내외에서 평가받고 있다. 

    회사는 오랜 기간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가 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소재 기업을 육성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후발 업체가 손쉽게 경쟁사의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을 용인하면 산업 생태계 및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은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 이에 따른 보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하겠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는 ITC를 통해 이를 명백히 밝혀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로 삼으면 되지만, 잘못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양사가 진지하게 대화하고 정당한 보상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올해 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 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의 격차 등을 모두 인정해 지난해 이례적으로 장기간에 해당하는 '2년 전직 금지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이 LG화학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치열해지고 있는 배터리 전쟁에서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한국업체들은 다 무너질 수 밖에 없다"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핵심역량이 지속 확보되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정당한 권리 위해 소송 불가피… "대화의 문 열려 있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전에 대해 정당한 권리 및 사업가치 보호를 위한 것으로 대화와 협력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민관·기업간의 협력 ▲일본규제 공조대응 ▲양사간의 분쟁이 초래할 기회손실 등을 지적하며 불필요한 분쟁을 경계해 온 여론을 감안해 다양한 해결 노력을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특허침해 대상 기술과 범위를 한정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 목적을 자사의 핵심기술 및 사업가치 보호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간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외 특허침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과도 같은 맥락이다.

    또 지난 4월말 내용도 밝히지 않은 채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자사를 제소한 LG화학의 소송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을 분명히 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민적인 바람인 국민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 SK 경영진의 생각"이라며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CEO선에서 협상이 무산되면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