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강북 우선투자' 발언에도 격차 확대'일자리-교통-교육-생활 인프라' 비교우위 절대적초강력 규제의 역설… '똘똘한 한채' 강남 수요 견인
  • ▲ 지난해 8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삼양동 옥탑방 한 달 살이 이후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8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삼양동 옥탑방 한 달 살이 이후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과 강북의 부동산시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북 간 부동산 차이를 좁히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에 우선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강남권 쏠림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강남의 경우 일자리와 교통·교육·생활 인프라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에서도 '강남불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경제만랩이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8월 기준 강남과 강북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6300여만원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3선에 성공한 지난해 6월보다 2000만원 더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6월만 하더라도 강북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1500만원이었지만, 올해 8월에는 6억1600만원으로, 1억원가량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강남 아파트의 경우 9억5600만원에서 10억7900만원으로 1억2200만원 상승해 강북보다 더 많이 뛰었다.

    신규아파트 청약시장도 마찬가지다. 청약과 세금에 압박을 더한 9.13대책 이후 강남권 분양시장의 경쟁력은 더 높아졌다.

    리얼투데이가 금융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9.13대책 이후 1년 동안 강남권 평균 청약경쟁률은 42.5대 1로, 같은 기간 비강남권 19.1대 1, 서울 전체 23.9대 1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총 청약자 수도 9.13대책 후 1년 동안 강남권은 7만2252명으로, 1년 전 6만7717명보다 6.69% 상승한 반면 비강남권의 경우 14만6346명에서 12만3881명으로 18.1% 감소했다.

    박 시장의 강북 우선 투자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강남권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는 것은 강남의 개발호재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삼성동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수도권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의 지하공간을 철도통합역사 등 복합환승시설과 광역환승센터로 조성하는 것이다. 또 지상은 대형 녹지공간으로 개발하는 등 사업비 규모만 1조3000억원에 달해 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하도시 건설사업 중 최대 규모다.

    개발이 완료되면 영동대로 일대는 서울의 교통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인근 아파트 가격도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 ▲ 자료사진.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견본주택 내. 이달 초 공급된 이 단지는 최고 420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롯데건설
    ▲ 자료사진.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견본주택 내. 이달 초 공급된 이 단지는 최고 420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롯데건설

    여기에 앞선 부동산 규제들로 공급물량이 줄고, 전매제한 기간 연장 및 임대사업등록자 대출규제, 양도소득세 등 규제가 강력해지면서 미래가치가 높은 똘똘한 강남권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구 강남과 강북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규제가 강남권으로 집중돼 있음에도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풍부하고 대규모 개발호재가 있기 때문에 가격이 잡히지 않는 것"이라며 "강북 교통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높여 강남과 강북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시장이 지난해 8월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 이후 발표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에 담긴 67개 사업 중 28개 사업이 완료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빈집, 공터, 버려진 공간 등을 시가 사들여 필요시설을 공급하거나 시 사업과 연계해 지역에 맞는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시에 따르면 전체 사업 중 41% 이상이 완료됐으며 12개는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현재 부지·건물 매입 후 설계 또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26개 사업은 2021년까지 마친다는 목표 아래 타당성조사 단계에 있다. 다만 인수봉숲길마을 전선 지중화와 관련된 1건은 한국전력공사의 승인이 아직 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앞서 오랫동안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의 정책 설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삼양동에서의 한 달 경험은 지역균형발전의 정책 패러다임을 '강북 우선 투자'라는 방향으로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후부터는 경제·복지·교통·문화 등 시정 전 분야에 이 원칙을 적용하며 서울의 지역균형발전 구상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몇십년 동안 누적된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약속한 사업은 차질 없이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께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 강남-강북 아파트 중위가격 현황. ⓒ경제만랩
    ▲ 강남-강북 아파트 중위가격 현황. ⓒ경제만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