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약물 라벨 잘못돼 임상 3상 데이터 사용 불가능할 것" 루머 돌아김선영 대표,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 일축… "지난 23일 아침 혼용 가능성 확신"헬릭스미스, CRO·병원 중 약물 혼용 책임 주체 가려지면 손배소송 제기할 계획
  • ▲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 ⓒ박성원 기자
    ▲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 ⓒ박성원 기자

    최근 시장에서 돌았던 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의 임상 3상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루머가 재조명받게 됐다.

    헬릭스미스는 24일 오전 8시30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지난 23일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 임상 3a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약과 약물의 혼용 가능성이 발견돼 최종 결론 도출은 임상 3b상 이후로 연기된다고 밝혔다.

    당장 임상이 실패했다고 단정 짓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임상 결과가 확실히 드러나기까지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되면서 지난 7월 시장에서 돌았던 헬릭스미스 임상 3상 관련 루머가 다시 주목 받게 됐다.

  • ▲ 헬릭스미스가 지난 7월24일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오늘의 베스트 루머 모음' ⓒ헬릭스미스
    ▲ 헬릭스미스가 지난 7월24일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오늘의 베스트 루머 모음' ⓒ헬릭스미스
    해당 루머는 임상 3상에서 사용된 약물의 라벨(label)이 잘못돼 임상 3상 데이터를 전혀 사용하게 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엔젠시스와 위약의 약병의 라벨이 바뀌어 환자가 위약 대신 엔젠시스를 맞거나 엔젠시스 대신 위약을 사용하는 등 임상 3상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헬릭스미스는 이러한 루머에 대해 지난 7월24일 "전혀 사실이 아닌 루머를 만들어 비전문가들에게 최대한 공포를 주려 했던 것 같다"며 '오늘의 베스트 루머 모음'으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헬릭스미스는 "이 루머는 완전히 거짓"이라며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면 명백한 사기로서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15년 동안 헬릭스미스는 영국과 미국의 위탁생산업자(CMO)에 의뢰해 원료물질(DS)과 완제품(DP)를 만들어 왔다"며 "라벨링은 DP가 만들어진 후에 병에 딱지를 붙이는 작업이므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완제품을 만드는 CMO에서 터졌을 것이지만, 이런 사건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헬릭스미스는 "라벨이 바뀌어 임상시험, 특히 3상에 쓰였다면 이는 매우 중대한 실수"라며 "발견 즉시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보고해야만 하고, 헬릭스미스 같은 경우 VM202(현재명: 엔젠시스)의 밸류를 감안할 때 즉시 공시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안의 심각성상 헬릭스미스는 FDA로부터 중한 벌을 받게 되고, 소송을 당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해당 루머에 대해) 헬릭스미스의 주가가 내려가길 원하는 각종 사람들이 거의 모든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그 중 하나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 주주는 해당 루머에 대해 언급하며 사전에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정보 유출 가능성은 거의 제로(0)라고 본다"면서 "저도 이번 데이터를 지난주에 봤기 때문에 만일 그 이전에 알았다면 블라인드 코드가 깨졌다는 얘기"라고 답했다.

    이어 "임상수탁기관(CRO)에서 이 같은 정보를 알렸다면 범죄 행위"라며 "사전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면 저를 뛰어넘는 사람이 있거나 헬릭스미스의 CRO 시스템을 해킹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상관이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엔젠시스의 임상 3상 결과를 살펴보고 위약과 약물의 혼용 가능성을 확신한 시점은 지난 23일 아침이라고 언급했다. 관련 내용을 공시한 23일과 시점 차이가 크지 않다고 강조한 셈이다.

    김 대표는 "최종 판단은 어제(지난 23일) 아침에 확정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지난 주말에 일이 다 벌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헬릭스미스는 해당 루머와 달리 라벨링에는 문제가 없고, 임상의료기관에서 약물 혼용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라벨링은 문제가 없다고 확인됐던 부분이고 이거는 임상 사이트, 즉 병원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김 대표는 약물이 혼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CRO기관과 임상의료기관을 지목했다. 헬릭스미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주체가 가려지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도 최근 헬릭스미스 임상 3상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감지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헬릭스미스의 공매도 비중이 급증하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진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20일 헬릭스미스에 대한 공매도 대금은 212억 5235만원, 232억 6430만원, 202억 4933만원 등 하루에 200억원을 넘어섰다. 또한, 외국인은 헬릭스미스를 5거래일 연속 5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헬릭스미스를 약 500억원어치 사들였다.

    결국 헬릭스미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공매도를 행사한 이들은 큰 이익을 보고, 매수에 나선 개인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이날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5만 1400원(29.99%) 하락한 12만원으로 하한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