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공동수급' 두고 한정애 의원과 신경전한 의원 "공동수급, 사실상 하도급 계약"박 대표 "모든 절차, 법 대로 진행" 맞서
  • ▲ 발언하는 박양춘 티센크루프 코리아 대표 ⓒ 이종현 기자
    ▲ 발언하는 박양춘 티센크루프 코리아 대표 ⓒ 이종현 기자

    박양춘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대표가 국정감사장에 출석했다. 지난 2018년부터 발생한 3건의 현장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한 소명을 위해서다.

    지난 2년간 티센 현장에선 총 3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총 4명이다. 지난해 3월엔 남양주에서 무빙워크를 점검하던 20대 이 씨가, 같은 해 10월엔 부산에서 근무하던 50대 김 씨가 사망했다. 올해 3월 부산에선 승강기 교체 작업에 투입된 30대 근로자 2명이 숨졌다.

    박양춘 대표는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감사는 서울·부산 등 6개 지방고용노동청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감사에 앞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날 박 대표는 한정애 의원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발언 초반 박 대표의 굳은 표정과 딱딱한 말투에 한 의원은 “주머니에서 손은 빼고 얘기하라”는 지적까지 했다. 박 대표를 향한 질의는 추가 시간까지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날 박 대표는 사내 변호사와 함께 국감장을 찾았다.

  •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 한정애의원실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 한정애의원실

    이날 질의의 핵심은 승강기 업계의 ‘편법 하도급’ 구조였다. 티센을 비롯한 대형 승강기 제조업체는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협력업체와 공동 수급체를 구성해 계약을 맺는다. 제품 생산은 대형 업체가, 설치와 유지보수는 중소 협력사가 맡는 구조다.

    건설법상 승강기 설치는 하도급이 허용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 하청업체 간 불공정거래와 불법 파견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는 공동수급 계약서에 참여업체 전체와 각각의 서비스 단가를 명시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 업체는 승강기 공사비 전체를 직접 수금해 60~70%를 협력사에 나눠주고 있다.

    한정애 의원은 이 같은 업계 관행이 사실상 하도급 구조라고 비판했다. 설치 후 점검, 수리, 부품교체 등 제품 관리와 현장 사고를 협력사가 책임져야 하는 관행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그간 현장에서 ‘위험의 외주화’라는 우려가 계속해 불거졌던 이유다.

  • ▲ '위험의 외주화' 반대 집회 자료사진 ⓒ 연합뉴스
    ▲ '위험의 외주화' 반대 집회 자료사진 ⓒ 연합뉴스

    한 의원은 “회사는 국감 전 답변서를 통해 각 협력사는 티센과 동일한 협상력을 갖는다고 알렸지만, 계약서상 발주자와의 계약 주체는 티센 뿐”이라며 “사실상 티센은 발주를 받는 원청이고, 이후 중소업체에 하도급식으로 업무를 나눠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6년 서울지방법원은 공동수급이 명목상 계약이며, 실질적으론 하도급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면서 “계약 주체인 각 지역 티센 지부는 인근 업체의 인감도장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 계약을 임의로 진행한다. 협력사는 각 계약이 어떻게, 얼마에 이뤄졌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양춘 대표는 “우리 회사를 비롯한 대형 제조사는 설치 인력이 없다”면서 “현실적으론 공동수급 외엔 방법이 없고, 각 계약서 작성도 법적 자문을 바탕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맞섰다.

  • ▲ 발언하는 박양춘 티센크루프 코리아 대표 ⓒ 이종현 기자
    ▲ 발언하는 박양춘 티센크루프 코리아 대표 ⓒ 이종현 기자

    계약 시 이뤄지는 ‘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정애 의원은 부산 S 아파트 승강기 교체 건을 예로 들었다.

    지난 3월 티센은 S아파트 입주자단체와 승강기 22대를 10억6150만원에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단순 계산 시 대당 가격은 4825만원이다. 당시 6대를 담당한 협력업체 A에 지급된 금액은 3274만원이었다. 한 대당 500만원이 지급된 셈이다.

  • ▲ 발언하는 박양춘 티센크루프 코리아 대표 ⓒ 이종현 기자

    한 의원은 “일반적으로 S 아파트와 같은 고층 건물의 경우 대당 1000만~1500만원 정도의 공사대금이 보통”이라며 “대당 500만원 남짓으로 타지에서 온 8명의 인원이 45일간 숙식하며 받은 대가로는 터무니없으며, 현장 안전도 보장되지 않을 것”고 지적했다.

    이어 “고가의 승강기 제작비를 고려하더라도 너무나 큰 금액을 정당성 없이 가져간다”면서 “설치와 유지보수 없이 전체 계약비의 30~40%를 가져가는 것은 협력사 단가 후려치기의 증거”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콜센터 인력·기사 교육, 승강기 관련 시스템 구현 등 관련 개발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면서 “절대로 하는 일 없이 부당한 금액을 챙겨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