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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투자자들에게 2000억원대 손실을 안겼던 중국 고섬사태와 관련해 당시 상장 주관 증권사들의 책임 범위에 대한 최종 판단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내려진다.
중국 고섬사태 판결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최근 업계를 흔들고 있는 '인보사 사태'에 따른 상장주관 증권사의 책임 범위에 대한 밑그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법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심리기일을 열고 한화투자증권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 재판을 심리한다.
중국 섬유업체 고섬 상장폐지로 인한 후유증은 사태 발생 9년이 지난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2010년 증권신고서를 제출, 2011년 상장, 상장 직후 드러난 분식회계 혐의로 증시입성 3개월 만에 거래정지 돼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갑작스런 상장폐지로 투자자들은 금전적 피해를 입었고, 소송전과 금융위의 주관사 과징금 부과 적법성 논란 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사태로도 꼽힌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중국 고섬의 상장 주관사였던 한화투자증권에 금융위의 '실사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 20억원 부과 결정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진다.
전원합의체의 판결 결과는 향후 상장주관사로서 증권사의 책임 범위를 판가름할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는 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내부 부실·과실·위법 사실을 고의로 숨겨 상장 이후 발생한 주가 급락 또는 상장폐지에 대한 주관사의 실사 범위와 책임을 상장주관사가 부담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은 IPO 성과에 치중해 증권사들이 제대로 된 기업 실사를 진행하지 않아 시장의 혼란과 피해를 가져왔다는 입장이다.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한화투자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한화투자증권을 과징금 부과처분 대상자인 '증권의 인수를 의뢰받아 인수조건 등을 정하는 인수인'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바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인수인이 아니므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1·2심의 판단 근거를 면밀히 재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통해 IPO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1·2심과 다르게 나올 경우 고섬 투자자들이 두 증권사를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1년 중국고섬 투자자 일부는 상장주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가 2017년 패소가 확정된 바 있지만 전원합의체가 금융위의 과징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다.
업계가 이번 전원합의체의 결정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로 상장주관사의 책임 범위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티슈진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제재에 이어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되자 업계는 자본시장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무리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상장 경로가 다양해져 자율성이 중요해진 만큼 상장 주관사의 책임도 커져야 한다는 인식이 2011년 고섬사태에 비해 높아졌지만 여전히 주관사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는 한편으로 상장심사를 주관하고 상장을 승인한 한국거래소의 책임범위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점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