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추징금 2만7000원이선호, 구치소 나서면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실형 면하면서 '장자승계' 여부 관심…이경후 승계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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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승계 1순위였던 장남 이선호씨가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형을 면하면서 CJ그룹이 전처럼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할지,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만큼 누나 이경후 CJ ENM 상무가 경영권을 승계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송현경)는 24일 오후 2시 10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의 선고 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2만7000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대마가 모두 압수돼 실제 사용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같은 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이날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구치소를 나서면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라며 짧은 심경을 남겼다. 이어 '마약 밀반입을 왜 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씨가 실형을 면하면서 CJ그룹은 한숨을 돌렸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법원 판결 외에 사내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CJ그룹 회사 내규에는 직원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징계 처분을 위한 인사위원회를 연다는 내용이 있다.
이와 관련 CJ그룹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고 이후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며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씨는 이 회장의 장남으로 경영승계가 유력시되는 인물이었다.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바이오사업팀을 거쳐 현재 식품전략기획1팀 팀장으로서 꾸준히 경영수업을 받아오고 있었다.
최근 CJ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도 승계 작업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던 참이었다. CJ그룹은 지난 4월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부문과 올리브영을 분할하고, IT부문을 CJ그룹 완전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이번 주식 교환을 통해 이씨는 지주사 지분을 처음 확보하게 된다. 지분 교환 작업이 마무리되면 이 상무와 이 부장은 각각 CJ의 지분이 0.1%에서 1.2%, 0%에서 2.8%로 올라간다.
둘 사이의 지분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만큼, 이씨의 마약파문으로 누나 이경후 CJ ENM 상무가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상무는 지난해 7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지목되는 CJ ENM 브랜드 전략 담당 상무로 발령받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케이콘(KCON) 등 미국에서 달성한 해외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한 만큼 업무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이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만큼 CJ그룹이 장자승계 원칙이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한편, 이씨는 지난달 1일 오전 4시55분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액상 대마 카트리지 20개, 대마사탕 37개, 대마젤리 130개 등 변종 대마를 들여오다 적발됐다. 또 지난 4월 초부터 8월 30일까지 미국 등에서 마약류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수차례 흡연한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