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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배타적 협상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금호와 HDC는 절충안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유리한 상황에서 압박하는 HDC와 코너에 몰린 금호가 구속력이 없는 12일을 넘겨 협상을 계속 진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이 오는 12일 체결될지 아직까지 안갯 속이다.
지난달 1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금까지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해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구주가격과 우발채무 등으로 의견이 엇갈려, 배타적 협상기한으로 정해 놓은 12일에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12일이 구속력을 갖고 있는 시한은 아니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기본적으로 연내 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2주일 가량 시간은 남아 있는 상태다.
협상 주체인 금호산업과 HDC 양측 모두 12일에 계약체결을 꼭 해야 된다는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다. 계속해서 협상을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이동걸 산은 회장도 밝혔듯이 연내 매각을 원칙으로 HDC와 협상을 하고 있다”며 “12일에 계약 체결이 안될 경우 산은을 비롯한 HDC와 협의해서 계약일을 더 늦출수도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도 “12일이 배타적 협상기한일 뿐 꼭 그날까지 계약을 체결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은 크게 2가지 사항 때문이다.
우선 구주가격이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새롭게 발행할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다.
금호 측은 구주가격을 4000억원으로 책정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HDC 측은 3200억원 이상은 안된다며 맞서고 있다. 금호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도 받지 못하면서 헐값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쟁점은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이다.
공정위는 박삼구 전 회장이 기내식 공급업체를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 바꾸는 과정에서 중국 하이난그룹 측으로부터 금호고속에 1500억원을 투자하게 한 것을 부당 내부거래로 규정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제재 추진과 함께 향후 과징금 부과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HDC 측 입장이다.
또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을 재인수할 때 아시아나가 금호터미널을 지주사인 금호고속으로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도 손해배상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특별손해배상 한도를 10%로 명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잠재적 리스크만으로 손해배상 한도를 10%로 명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금호가 수세에 몰린 것은 연내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가 더 불리해질 것을 HDC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산은 등 채권단이 전환사채 5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긴급 수혈하면서 연내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대신 처리할 수 있도록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채권단 지분율이 23%까지 확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즉, 매각이 무산되면 내년에는 산은이 주도권을 잡고 매각을 진행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불리한 조건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넘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급할 것 없는 HDC는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려고 버티면서 압박하는 형국이고, 코너에 몰린 금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속앓이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