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본심사… 완료까지 5개월 소요싱가포르도 추가 심사 결정… 경쟁력 약화 우려중일 '대형화'로 한국 견제…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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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 중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이번주 본격화된다. 업계에선 까다롭기로 유명한 EU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일본 등 주요국들의 견제가 잇따르면서 심사 완료까지 고전을 예상하고 있다.

    16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는 오는 17일부터 이번 합병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본심사에 착수한다. 본심사는 최대 5~6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12일 EU 공정위원회에 본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현재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신청한 6개 지역(한국 공정위·일본·중국·EU·싱가포르·카자흐스탄) 가운데 카자흐스탄에서만 기엽결합 승인을 받은 상태다. 당초 EU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심사 통과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싱가포르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EU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거래에 대한 독점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면서 "이번달에 심사가 시작될 예정이며 최대 6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싱가포르는 이번 합병에 우려를 나타내며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조선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1단계 검토를 완료했지만, 유조선,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양사 간 사업이 중복돼 조선사 간 경쟁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 관계자는 "2차 심사에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조건을 걸고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주요 발주처들의 지사가 밀집된 곳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뒤늦게 심사 대상에 포함한 곳이다. 싱가포르가 이같은 우려를 표한 것은 자국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해서다.

    싱가포르가 이번 합병에 반기를 들면서 다른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업계에선 EU를 비롯해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 그리고 싱가포르까지 이번 합병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번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가가 업계 전반에 퍼져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합병 완료까지 견제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EU는 양사간 기업합병에 대해 특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언급도 피하면서 향후 심사 과정에 대한 불확실성만 높아지고 있다. 기업결합 승인을 신청한 국가의 경쟁당국에서 승인이 나지 않으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해당 가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업계에선 기업결합 심사에 들어가는 경우 대부분이 경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기술이나 계약을 경쟁업체에 이전하도록 강요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독점을 피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기술 혹은 계약을 경쟁사에 이전해야 할 수 있다.

    일본과 중국의 견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일본 최대 조선기업 이마바리조선과 2위 기업인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는 지난달 자본업무제휴를 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조선업계 4위 기업인 미쓰비시조선도 주력 공장 중 한 곳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의 고야기 공장을 3위 기업인 오시마조선소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중국도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중국 1위 업체인 중국선박공업(CSSC)은 중국선박중공업(CSIC)에 대한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각 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합병할 시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해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싱가포르까지 한국 조선업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합병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EU 심사가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움직임도 잘 살펴야 심사가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