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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기업들이 소송을 남발하며 매출 규모에 비해 과도한 비용을 들여 거대 로펌을 선임해 눈총을 받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 대웅제약, 에이치엘비 등이 미국 로펌과 계약을 맺고 코오롱생명과학, 신라젠 등은 김앤장을 선임하는 등 로펌에 과도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균주 도용 의혹으로 인한 법적 분쟁을 지난 2017년부터 2년째 이어가고 있다. 국내 소송에서 메디톡스는 세종, 대웅제약은 광장을 선임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해당 분쟁은 해외로 번지면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까지 비화됐다. 메디톡스는 지난 1월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미국 ITC에 제소했다.
메디톡스는 미국 로펌으로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을 선임하고 지난 10월에는 뉴욕남부지검 연방검사 출신인 준킴 변호사를 법정 대리인으로 들였다. 대웅제약은 미 연방 검사 출신인 김상윤 변호사가 공동 설립한 코브레 앤 김(Kobre & Kim)을 선임했다.
양사는 법적 분쟁으로 인한 비용이 불어나면서 실적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 양사는 지난 3분기 일제히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메디톡스는 올해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8%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80.1% 감소한 29억원에 불과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분기에 소송비로 약 45억원을 쓴 데 이어 3분기에는 약 78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제약은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의 소송비용이 2분기 40억원에서 3분기에는 104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로 인해 대웅제약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8억 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2% 급감하고, 순이익은 3억 2500만원으로 92.8% 줄었다.
에이치엘비는 법적 분쟁 때문은 아니지만,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신청(NDA)을 위해 미국 로펌과 계약을 맺었다.
에이치엘비의 자회사 엘레바(전 LSK바이오파마)가 지난 8월 컨설팅 전문 로펌 코빙턴(Covington)과 계약한 것이다. 코빙턴은 1000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한 미국의 대형로펌으로, 특히 FDA(식품의약국) 업무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과 FDA 출신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젠은 지난 3월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 관련 보도를 한 매체에 대해 대형로펌을 선임해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신라젠이 선임한 로펌은 김앤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티슈진은 환자 공동소송에 김앤장을 선임해 빈축을 샀다. 여기에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 로펌 '톱5'에 드는 법무법인 화우를 선임했다. 환자 소송에만 수십억원을 투입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이에 대해 환자측 법률대리인 엄태섭 오킴스 변호사는 "(코오롱티슈진이) 가히 어벤저스급 변호인단을 꾸렸다"며 "장래의 위험을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환자 소송만큼은 양보 못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지난 2017년 4월 코오롱티슈진의 기업공개(IPO) 법률자문사로 선정된 이후 법률 자문을 해왔다. 최근 검찰이 코오롱티슈진의 사기 상장 의혹에 대해 수사하는 만큼, 김앤장을 코오롱티슈진이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은 향후에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들이 소송을 일삼으면서 매출 규모에 비해 과도한 비용을 들여 거대 로펌을 선임하고 있다"며 "대기업들도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김앤장 같은 거대 로펌을 선임하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바이오기업의 경우 소송에 지면 회사가 아예 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가장 좋은 로펌을 선임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