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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일본 복합리조트 개장 시 연간 2조7600억원의 관광 수입을 뺏긴다는 통계가 나왔다. 카지노 업계의 한숨이 깊어간다. 최고 수준의 시설은 갖췄지만 잇따른 규제 속에 경쟁력을 송두리째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주변국 복합리조트 개발에 따른 한국 카지노산업 영향’ 연구를 최근 발표했다. 이 교수는 2024년 일본 복합리조트 개장 시 연간 760만명의 내·외국인이 이탈하고, 2조7600억의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복합리조트(IR: Integrated Resort)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호텔, 쇼핑몰 등을 갖춘 시설을 뜻한다. 부가가치 창출이 높아 글로벌 관광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에선 2017년 개장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가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추세로 카지노를 금기시했던 일본도 최근 정책을 바꿨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복합리조트 시행법을 가결했다. 해당 법안은 내·외국인의 카지노 입장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학계는 일본 IR이 일본인은 물론, 한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관광객 전반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카지노는 수십 년간 각종 규제로 신음해왔다. 유일한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경우 출입일 제한, 매출 총량제 등으로 감독받고 있다. 외국인 카지노가 몰린 제주도에선 일정 기간마다 카지노 사업 면허를 심사한다는 ‘갱신허가제’를 두고 논란 중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카지노 시장은 성장이 더뎌졌다. 각종 규제와 사드·한일 무역갈등 등 국제 이슈가 겹친 탓이다.
2014년 1조 5230억원에 달했던 외화수입은 지난 2017년 1조2422억원으로 약 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방문객도 296만명에서 221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들어 외국인 대상 매출이 일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엔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내국인 매출을 합한 카지노 전체 시장 규모도 수년간 2조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단 두 곳의 카지노를 운영하는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해 시장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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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년엔 대형 복합리조트 두 곳이 국내에 추가로 들어선다. 현재 외국계 시저스와 인스파이어그룹 2곳이 인천 영종도에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두 시설이 완공되면 앞서 개장한 파라다이스시티까지 총 3곳의 IR이 같은 곳에 자리하게 된다.
업계는 대형 시설에 발맞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낡은 규제 속 주변국 IR개장이 이어질 경우, 국내 카지노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카지노를 사행성 게임이 아닌, ‘고부가 관광업’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변수에 큰 영향을 받아, 최근 몇 년간 영업이 매우 힘들었다”면서 “각종 규제가 계속된다면 국내 카지노의 경쟁력은 계속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베트남,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관광사업 명목으로 복합리조트 사업을 강화하고 규제를 풀어가는 추세”라며 “추후 들어설 새 시설을 계기로 카지노 업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