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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외국인 매수세에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외형상으로는 연말 랠리 장세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실제 상승폭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소형주의 동반 상승 기대감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0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7거래일 동안 코스피 종목을 순매수했다.
12일과 13일, 17일에는 5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등 열흘 동안 2조1000억원대를 쏟아부었다.
외국인의 힘으로 코스피는 최근 열흘 동안 110포인트 가량 상승하면서 19일 장중에는 2200선을 탈환하기도 했다.
이같은 외국인의 매수세에 따른 코스피 상승은 시총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끌고 있다.
11월 내내 매도공세를 펼쳤던 외국인이 미중 무역협상이 일단 타결되자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위주로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실제 외국인의 코스피 종목 보유비중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에만 약 40%가 몰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일 나란히 닷새째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가장 큰 고비였던 미중 무역전쟁 이슈를 당분간 해소하면서 수급과 리스크 측면 모두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이 가져다준 지수 상승분을 빼면 실제 코스피 상승은 미미한 수준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476조6942억원으로 지난 6일(1398조7776억원)과 비교하면 약 5.57%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을 합한 액수는 지난 6일 종가 기준 359조5천540억원에서 17일 종가 기준 406조453억원으로 12.93%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시가총액은 3.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이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중소형주로까지 온기가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코스피 대형주가 8% 오르는 동안 중형주는 10% 하락하면서 18%의 수익률 격차를 보이고 있다.
다만 대형주에 밀려 소외됐던 중소형주의 투자 매력도는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기대를 걸 수 있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코스피의 하방 경직성이 확보된 가운데 이익 대비 과도한 낙폭으로 중소형주의 저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이익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했다는 점도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중소형주의 매력도는 높다"며 "중소형주는 아직 무역협상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았고 이익 대비 주가 낙폭이 과대했다"고 설명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에 밀려 소외됐던 중형주에 관심이 가는 시기로, 중형주의 반전을 이끌었던 종목은 매출성장이 지속되는 고PER 또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고퀄리티 중형주"라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도 국내 증시를 주도할 업종은 반도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2017∼2018년의 사상 최대 실적을 넘어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에 대해서는 "한국경제를 구성하는 여러 산업 가운데 반도체 분야가 핵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투자자들이 보는 것"이라며 "핵심 역량이 집중된 산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몰리고 나머지 산업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면서 주식 시장의 양극화가 빚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