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SKB-티브로드 합병 심사… 속 타는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심사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또 다른 심사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들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료방송 M&A(인수합병) 필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국회와 사회 각 분야에서도 신속한 심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과기정통부의 심사가 해를 넘길 것으로 관측되면서 방통위마저 이와 관련한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심사는 지난 11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결정 이후 과기정통부의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건에 대해서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지만,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건에 대해선 연내 심사를 마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SK텔레콤은 앞서 연기했던 합병 기일(1월 1일→3월 1일)을 또 다시 4월 1일로 변경했다. 

지난 13일 유료방송 M&A 심사결과 브리핑에서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심사는 빠른 시일 내 종료하겠지만 연내에는 어렵다"며 "연말이라 위원회 소집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으로 이달까지 방통위에 심사보고서를 전달할지 확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건의 경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과기정통부의 심사위원회를 통해 심사 결과가 채택되면 과기정통부는 방통위에 사전동의를 요청하게 된다. 

방통위 역시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심사위원회가 ▲방송서비스의 접근성 보장 가능성 ▲방송서비스 공급원의 다양성 확보 가능성 ▲시청자(이용자) 권익보호 가능성 ▲(합병법인과 최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의) 공적책임 이행 가능성 ▲콘텐츠 공급원의 다양성 확보 가능성 ▲지역채널 운영 계획 및 지역사회 공헌 계획의 적정성 등 9개 항목을 최대 35일 내 심사한다.

방통위가 해당 절차를 통해 사전동의 여부 및 조건 부가 등을 결정하고 과기정통부에 결과를 통보하면 최종적으로 과기정통부 장관의 인허가 절차만 남게 되는 구조다. 앞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사전동의 절차를 조속히 마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혀왔지만, 과기정통부의 심사 지연에 따라 사전동의 요청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방통위 측은 "과기정통부에서 심사 결과가 넘어와야 하는데 당초 예상했던 11월 말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다.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맞다"며 "과기정통부의 심사 결과가 넘어오는대로 바로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업계에선 지난달 과기정통부의 심사가 마무리된 후 이달 중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연말까지 과기정통부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심사 지연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차일피일 지체되는 심사 일정에 내년도 사업전략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결국 방통위의 경우 연초 과기정통부의 사전동의 요청이 이뤄지게 되면 심사 기간에 대한 압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M&A의 중요성이 연일 부각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심사 지연에 대한 업계 불만도 커지고 있다"며 "방통위의 심사의 경우 과정상 과기정통부 단계 이후 진행된다는 점에 비출 때 늑장심사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