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주목할 바이오③] 코오롱생명과학, 각종 재판에도 美 임상에 '사활'검찰 수사, 이우석 대표 넘어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까지 겨눌지 관건美 임상 재개 시 코오롱티슈진 상폐 위기 모면·인보사 해외 시판 가능성 ↑
  •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해 4월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상윤 기자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해 4월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상윤 기자

    2019년은 바이오업계에 인보사 사태, 에이치엘비 쇼크, 신라젠 쇼크, 헬릭스미스 쇼크 등이 이어지는 등 악재가 잇달아 터진 한 해였다. 2019년에 유독 악재가 많았던 만큼, 2020년에는 K-바이오가 악재를 털고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뉴데일리는 2020년에 눈여겨 봐야 할 바이오기업을 5개사로 추려봤다. <편집자주>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불거진 '인보사 사태'로 인한 각종 재판이 올해 본격화되면서 기로에 서게 됐다. 올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인보사 미국 임상 3상 재개 여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속 위기를 가까스로 면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재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6일 오전부터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의 경영지원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에 이어 거듭 본사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코오롱티슈진 사기상장 의혹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이처럼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통해 보강 수사를 거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9일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하고 2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약사법 위반, 사기,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달 28일 이우석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성분을 조작하고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인보사 사태란 지난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국내 시판을 받은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GP2-293·이하 293세포)인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의약품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른 것으로 판명난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코오롱생명과학뿐 아니라 바이오업계에 큰 충격을 미쳤다.

    식약처는 지난 5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이 대표를 형사 고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에 즉각 반발해 인보사 허가 취소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임원들이 재판에 넘겨지기 시작하면서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조모 이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같은달 23일에는 코오롱티슈진 최고재무관리자(CFO)인 권모 전무와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지원본부장 양모 상무가 사기 상장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 ▲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 2017년 4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성인식'에 참석했다. ⓒ코오롱그룹
    ▲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 2017년 4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성인식'에 참석했다. ⓒ코오롱그룹

    검찰이 수사를 이어가면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 대한 책임을 물을지 주목된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넷째 자식'으로 칭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이 전 회장이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에서 보유 중인 지분율을 고려해보면, 이 전 회장의 책임론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6월 이 전 회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이 인보사 허가에 대한 허위 정보를 시장에 알려 코오롱티슈진 상장으로 이익을 취했다는 투자 사기 혐의에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인보사 허가 취소를 둘러싸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가 진행 중인 행정소송의 향방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소송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성분 변경에 대해 지난해 2월 말에서야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허가를 받기 위해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행정소송에서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성분 변경에 대한 인지한 시점이 지난 2004년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 식약처가 법원에 제출한 코오롱티슈진의 연구노트에는 지난 2004년 마스터셀뱅크(MCB) 구축 이후 인보사에서 293세포가 검출됐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성분 변경 인지 시점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인지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회사 임직원들이 고의 은폐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코오롱생명과학
    ▲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코오롱생명과학

    올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중단 통보를 받았던 미국 임상 3상 재개 여부다. 해당 임상이 재개될 경우 인보사 성분 변경으로 인한 문제가 어느 정도 불식되는 것은 물론,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하고 미국 FDA 시판 허가 신청까지 노릴 수 있게 된다.

    올해 연말에 재논의될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 결정에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재개 여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해 10월11일 코오롱티슈진에 개선기간을 1년 부여하기로 심의·의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코오롱티슈진은 오는 10월11일로부터 7일 이내에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를 제출하게 됐다. 거래소는 서류 제출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코오롱티슈진의 상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임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FDA 신약 허가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만약 FDA 신약 허가를 받게 되면 인보사의 해외 시판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코오롱생명과학으로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보사의 약효를 통증 완화에 중점을 두고 신약 허가 절차를 추진한다면 FDA 시판 허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이 재개된다면 신약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낮진 않다"며 "미국 임상 3상이 재개된다면 성분 (변경) 문제는 해결이 되는 셈"이라고 짚었다. 이어 "코오롱생명과학이 신약 허가의 포인트를 통증 완화로 잡는다면 시장이 작아지더라도 신약 허가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