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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증시 부진으로 일었던 해외 직구 열풍이 투자 패턴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올해는 선진국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저평가된 유로존에 대한 전망이 더욱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는 409억8539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125억6086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 비중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75.3%)이 단연 컸다. 지난해 한국 증시가 부진했던 반면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매력적인 투자처로서 해외주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해외 주식 직구 열풍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연말연초 증권사들이 진행한 투자 설명회에서는 각종 해외 유망 주식에 대한 추천과 이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등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해외주식 투자에서 미국은 물론 신흥국, 그중에서도 제도적으로 시장 개방과 경기 부양에 힘쓰는 중국을 관심있게 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특히 수출 부진의 원인이었던 대미 수출이 1차 미·중 무역합의로 회복세에 들어가고, 제조업 둔화 및 자동차 판매 부진이 개선되면서 내수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가격 부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신흥국은 경기 반등도 빠르고 실제 경제지표도 양호해 매력적이라는 기존 시각이 유지된다"면서 특히 "중국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 예고도 긍정적이다. 인민은행은 향후에도 완화적인 통화정책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 개선 기대감까지 맞물려 중국 관련 모멘텀이 부각된 만큼 중국 관련 소비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최근 우한 폐렴 확산 우려로 인해 관광·호텔·면세점·외식 등 소비주 2거래일 연속 급락하는 등 단기적 변수가 제기되고 있다. KB증권 정정영 연구원은 "춘절 연휴를 앞두고 인구 대이동이 시작되면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될 리스크가 존재하므로 관광, 호텔, 면세점, 외식, 공항, 항공 등 관련업종의 단기 하락세는 불가피하다"면서 "향후 사태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소비주에 대한 저가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중국 증권주와 제약주들도 주목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를 위한 추천주 포트폴리오는 'C·H·A·A·N·G·E'(중신증권·항서제약·아마존·AMD·나이키·구글·테슬라)를 테마로 했다.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증시 상장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의 증권법 개정안을 승인한 이후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면서 증권업종 대표주인 중신증권 등 증권주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항암제·마취제·조영제 1위 업체 항서제약은 중국의 제약산업 성장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거론된다.
양호한 경제지표와 수급개선으로 VN지수 반등이 지속되는 베트남도 올해 매력적인 해외주식 투자처로 손꼽히고 있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7.02%로 발표됐다. 이를 반영해 지난해 기 발표된 2020년 목표치가 일부 조정됐다"면서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7%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으나 목표치에 부합하거나 초과 달성하는 6% 후반의 성장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초 이후 MSCI 신흥아시아는 1.5% 상승에 그쳤으나 VN지수는 2.6% 올랐다"면서 "최근 조정장에서 낙폭이 컸던 금융과 경기소비재는 각각 연초대비 6.5%, 4.4%씩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올들어 9000만달러(21일 기준) 순매수로 전환돼 베트남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양호한 경제지표와 수급 개선에 힘입은 VN지수의 반등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관심 종목에는 바오비엣홀딩스, 빈그룹, 비엣젯항공, 호아팟, 비나밀크 등이 추천된다. 바오비엣홀딩스는 보험·증권·은행·자산운용사를 보유한 국영 금융지주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1위 부동산 개발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지주사인 빈그룹, 베트남 3대 철강기업인 호아팟, 국영 유제품회사로 시장점유율 56%를 차지하는 비나밀크도 마찬가지다.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비엣젯항공은 베트남 내 항공 수요 증가의 수혜를 보고 있다.
증권가는 예상 실적 대비 저평가됐다는 분석에서 유럽 시장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KTB증권이 예상 순이익(12개월 선행 EPS)을 토대로 한 12MF PER를 분석한 결과 추가 상승 여력은 유럽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증시에서 유로존에 가장 주목하면서 "유로존 증시에 있어 브렉시트의 실현은 오히려 장기간 지속됐던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유로존 경제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회복세 시현 중이다. 11월 독일의 제조업 PMI는 전체 25개국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 기록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ECB의 자산매입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국내 투자자 해외 주식 거래 비중 중 단연 선두였던 미국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지난 미 증시가 강세를 보였던만큼 새로운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민병규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최근 중국과의 긴장이 완화되고,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은 최근 수년간 제기됐던 내용이지만 현재의 수치는 최근 5년 평균 대비로도 +5.9%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올해의 부진에서 탈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로존의 기업들이 이익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모두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증시 내에서 향후 추가적인 이익 모멘텀 개선과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위해서는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 중 상대적으로 투자 효율성이 높은 기업 선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성장을 위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가의 여부는 매출액 대비 자본지출(CAPEX)비율의 증감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투자 효율성은 투하자본수익률(ROIC)과 가중평균자본비용(WACC)간의 스프레드 확대 여부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주식에서는 기술주와 소비재 등이 유망한 것으로 추천되고 있다. 이재만 연구원은 "IT 섹터 내에서는 알파벳·트위터·어도비, 산업재와 소재에서는 록히드마틴·에어 프로덕츠 앤드 케미컬스, 경기소비재 내에서는 아마존·로스스토어가 투자 효율성이 높은 기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G 상용화가 장기화된 교체 수요를 자극하고, 주요국 통신사들의 공격적인 보조금 집행이 5G 스마트폰 구매 촉진을 주도하고 있다"며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5억대에 도달하며 성장세가 재개될 것"이라면서 퀄컴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