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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대책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자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무순위청약'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당첨에 제한이 없고 전매기간도 짧아 규제를 피한 투기수요까지 몰린다는 분석이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경기 수원 팔달구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미계약 잔여 물량 42가구의 무순위 청약 접수 결과 6만7965명이 몰려 평균 16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기 평형인 전용면적 84㎡의 경쟁률은 5477대 1로 가장 높았다.
애초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해당 건설사 청약사이트에 접속자수가 급증하면서 서버가 한때 다운됐다. 결국 이날 오후 7시까지로 청약 마감을 연장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당첨자 계약이후에 계약 포기자나 청약 당첨 부적격자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 보유나 무주택 여부 등 특별한 자격 제한없이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당첨될 확률은 적지만 서울보다 집값이 낮고 청약가점이 필요없어 운만 좋으면 당첨될 수 있어 인기다. 일부 지역에선 주변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아 '로또아파트'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전매제한이 짧은 것도 무순위 청약의 매력이다.
특히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이후 수도권 비규제지역 분양아파트의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수만명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인천 부평구 산곡동 '두산위브 더 파크'의 경우 4가구 모집에 4만7626명이 몰려 1만190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 미추홀구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 역시 31가구 모집에 4만1922명이 몰렸다.
지난달 당첨자를 발표한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아르테자이'도 8가구 무순위 청약접수 결과 3만3524명이 몰려 4191대 1을 기록했다. 뜨거운 열기만큼 당첨자 발표 당일에 계약도 100% 마무리됐다.
무순위 청약 아파트는 투자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소유권 이전등기 때까지 전매가 불가한 반면 이들 지역은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7만명에 가까운 청약자가 몰린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역시 조정대상지역인 수원시 팔달구에 속해 대출·세제 규제를 받지만 6개월뒤 전매가 가능하고 재당첨 제한 등 청약 규제를 받지 않는 비청약과열지역이다. 단기간의 시세 차익이 가능하고 무주택자는 중도금 대출도 받을 수 있어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인기지역 아파트는 당첨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당첨되도 현금화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한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수도권 비규제지역이나 지방까지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